행주대교 확장공사/입찰조건 벽산만 유리/건설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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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존 교각·기초 활용토록 제시/“들러리” 다른 업체들 반발
건설부가 신행주대교 준공직후 착공예정이었던 기존 행주대교 확장공사를 사실상 벽산건설에 맡기려고 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건설부가 계획하고 있던 행주대교 형태도 붕괴된 신행주대교와 똑같은 사장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벽산측이 지난 87년 신행주대교 입찰당시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이 된 사장교 공법을 내세우고 최저가로 응찰,지금까지 손해를 감수하며 공사를 해온 것도 행주대교 확장공사까지 따내기 위한 사전포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건설부는 왕복 2차선인 기존의 행주대교를 95년말까지 편도 3차선으로 확장,올해말 준공예정이었던 신행주대교(편도 3차선)와 96년부터 왕복6차선 쌍둥이 다리로 만든다는 계획아래 지난 6월30일 조달청에 공사업체 선정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지난달초 입찰공고를 내는 한편 21일 참여 의사를 밝힌 34개 업체를 상대로 현장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건설부는 이 과정에서 조달청을 통해 입찰조건으로 ▲강 한가운데 교각 사이를 1백20m로 유지 ▲기존교량 일부구간 교각 및 기초를 그대로 활용할 것 ▲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 채택 등을 내걸었다.
다리중간 교각사이의 길이 1백20m는 붕괴된 신행주대교와 똑같은 길이로 사장교 방식을 제외한 다른 교량공법으론 이처럼 긴 간격 유지가 불가능하다.
또 행주대교 역시 70년대말 벽산건설이 건립한 교량으로 교량건설 특성상 벽산건설 아닌 타업체가 만든 교각 등을 활용할 경우에는 기존시설의 설계안·공정 등을 전면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설계시공 일괄 입찰방식은 공사 발주처가 설계하고 시공만을 최저가로 응찰한 업체에 맡기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업체가 설계안까지 마련,공사비와 함께 제출하면 건설부 직속 중앙설계심의위원회가 종합점수로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벽산측은 사장교건설 경험업체로 별도의 설계비를 들일 필요도 없고 다른 응찰업체에 비해 훨씬 높은 공사비를 써낸다 하더라도 경험·기술측면에서 높은 평가만 받으면 낙찰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건설부의 각종 입찰조건이 벽산이외 다른 업체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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