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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향린교회 "작은 곳에 임하소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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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작은 것이 아름답다." 실천적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E F 슈마허가 남긴 말이다. 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촉구했다. 한국 개신교에서 이 미학을 실천했던 강남 향린교회(담임목사 김경호)가 지난 10년간의 활동을 정리한 '예수의 얼굴을 닮은 교회'(뉴스앤조이刊)를 냈다.

강남 향린교회는 1993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분가'한 교회다. 신자 12명으로 시작된 이곳의 현재 교인은 2백여명. 그런데도 내년에 다시 인근 10㎞ 지역에 새로운 교회를 차릴 계획이다. 김목사가 교인 30여명과 신설 교회를 개척하고, 기존 교회는 새로 초빙될 목사가 책임지는 형식이다. 김목사는 "교회의 덩치가 커지면 의사 결정이 느려지고,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향린교회의 분가는 사회적 논란이 된 대형 교회의 분가와 다르다. 본점에서 지점을 관리하는 체인점 형식의 확장이 아닌 각 교회가 독립적 운영권을 갖는 수평적 개념이다. 한국 개신교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물량주의.대형화와 대비되는 선택인 것이다. 강남 향린교회의 경우 담임 목사.장로의 임기를 7년으로 명시하는 등 교회 내 민주화에도 관심이 크다. 민중신학자 고(故) 안병무 박사를 중심으로 50년 전 설립됐던 향린교회의 개혁 정신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예수의 얼굴을 닮은 교회'에선 강남 향린교회의 어제와 오늘을 읽을 수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 내 경륜장 설치 반대 등의 지역 운동, 주방 일을 남녀가 같이 하는 성평등 사상, 국악기를 이용해 찬송가를 부르는 전통문화 존중, 외부인의 참석 비율이 더 높은 성서 학당 등 '바로, 여기'와 함께 호흡하려는 각별한 노력이 담겨 있다.

책을 편찬한 김동한 장로는 "작지만 큰 교회가 되려고 열심히 움직였던 지난 10년을 반성문 쓰는 심정으로 기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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