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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무관심·과잉보호 … 극단적 양육이 '은둔형 외톨이' 낳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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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4일자 중앙일보 건강섹션 1면에 '은둔형 외톨이…이러는 내가 괴롭다'가 나가자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독자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외톨이 자녀를 둔 어머니는 방법을 찾아줄 것을 호소했고, 이들의 사회 부적응 문제를 사회 이슈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독자도 있었다. 이와 관련, 삼성서울병원 이동수 교수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이해를 돕는 내용의 원고를 보내왔다.

혼자 놀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외톨이는 서구화된 현대사회의 걱정거리다. 이들은 자칫 왕따나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물론 외톨이 성향이 있다고 해서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적 문제가 있을 땐 '은둔형 외톨이'에 해당한다.

은둔형 외톨이의 유래는 일본의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 틀어 박혀 있음이란 뜻) '다. 청소년기에 시작해 성인이 돼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매사를 집안, 그것도 주로 자기 방에서만 해결하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가족.친구 등 인간관계엔 관심이나 의지가 없어 보인다. 자연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친구 관계에 문제가 초래된다. 실제로 이들은 친구를 사귈 기회도 없고 사귀려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는 보이는 현상이며, 마음속엔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며 사이버 공간에선 친구 만들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단지 남과의 공감 능력,자기 표현,갈등 해결 능력 등이 부족해 친구 사귀기가 힘든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위험이 상존한다. 공격적 성향이 있으면서 대인관계를 맺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데다 이 시기에 한창 열중해야 할 학업.취업 준비 등도 소홀하기 때문이다.

이런 은둔형 외톨이는 왜 생겨날까?

가장 큰 이유로 핵가족화와 팽배한 개인주의,가족 해체에 따르는 고립감, 외동이 증가, 부모의 과잉보호와 집착 등 병적인 가족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실제 이들 부모 중엔 자녀에 대한 무관심, 혹은 지나친 과잉 보호 등 극단적 양육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학력과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 삐뚤어진 경쟁 의식 등으로 남과의 공존을 하찮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은둔형 외톨이 예방은 부모가 자녀에게 더불어 사는 모범을 보여주는 데서 출발한다. 청소년 누구에게나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문화 형성도 필요하다 .

학교에선 '친구 사귀기'의 중요성과 방법도 가르쳐야 하며, 청소년 상담기관을 통해 친구를 사귀는 집단활동 프로그램에 참가토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캠프.여행.자원봉사 활동 등 사람과 어울리는 기회는 많이 부여할수록 좋다.

일단 외톨이를 둔 가정의 부모는 전문의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끈기있게 진단과 치료.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동수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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