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동양증권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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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4회 동양증권배 세계바둑선수권전(우승상금 1억원)이 서울힐튼호텔에서 성대히 개막되었다.
7월25일 전야제겸 추첨이 있었고 27일 제1국, 29일 제2국을 토너먼트로 진행해 우선 8강을 선발했다.
8강이 겨루는 준준결승은 오는 9월12일 같은 장소에서 있을 예정이다.
이번대회 이변은 일본팀의 전멸이다. 일본기원의 「떠오르는 태양」 요다 노리모토(의전기기) 8단·고마쓰 히데키(소송영수) 8단, 그리고 관서기원의 샛별 모리야마나오키(삼산직기) 8단은 물론 킬러 가토 마사오(가등정부) 9단, 자주류 다케미야 마사키(무궁정수) 9단등이 모조리 탈락하여 단 한명도 8강에 들지 못했으니 일본으로서는 치욕적 전적이 아닐수 없다.
이에비해 한국은 대거 5명이 8강에 진출했다.
조훈현9단·조치훈9단·김수장8단·유창혁5단·이창호5단이 자랑스러운 얼굴들이다.
이들중 유5단은 그 특유의 화려한 공격바둑으로 대마킬러 가토9단을 3곤마로 몰아불인 끝에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으며 다크호스격인 김8단은 세계최강중 한사람인 다케미야9단에게 집백 5집반승으로 기염을 토했다.
김8단은 작년에 일본에서 가졌던 「TV아시아선수권전」에서 다케미야9단에게 우세하던 바둑을 역전패당했었는데 훨씬 더 큰 승부에서 멋지게 설욕하고는 마냥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
홈그라운드에서는 이토록 강한 한국프로바둑이 어째서 일본에만 가면 약해지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한편 나머지 3명의 8강진출자는 대만의 린하이펑(임해봉) 9단·중국의 녜웨이핑(호위평) 9단·마샤오춘(마효춘) 9단. 국적별로 따지면 한국5명·중국2명·대만1명이며, 민족별로는 한국인 5명에 중국인 3명인 셈이니 세계대회가 「한중친선대회」로 바뀌어 버린결과라 할까.
준준결승 대진표를 살펴보면 조훈현-마효춘, 조치훈-김수장, 임해봉-호위평, 유창혁-이창호여서 최선의 경우 한국인은 3명이 4강에 오를수 있으나 중국인은 아무리 잘해도 2명밖에는 기회가 없어 한국 기사들이 한결 유리한 입장이다.
미국대표 거민수4단과 중국대표 처저우(거택무) 7단이 여러번의 역전찬스를 놓치고 1회전에서 탈락하자 왕누난(왕여남) 중국팀 단장은 『오늘 비가 많이 와 차가 잘 달리지 못했다』고 장마철의 일기에 비유하여 조크를 던지는 재치와 여유를 보이기도.
그는 프로8단으로 중국바둑협회 부주석과 중국기원부원장의 직함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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