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난듯 순식간에 “폭삭”/신행주대교/사장재·상판무게 못이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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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백m 교각 10개 무너져/레미콘업체·설계관계자 등 조사/벽산건설에서 시공
신행주대교 붕괴사고는 사장교 방식을 택한 다리중앙부근 가교각이 콘크리트 사장재·상판 등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진 어처구니 없는 인재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장사무소장·벽산건설 관계자를 소환,설계상 하자 및 부실공사 여부를 집중추궁하고 있다.
◇수사=경기도경찰청은 붕괴가 시작된 부분이 수심 17m 가량으로 깊고 유속이 빨라 교각 설치가 어려워 사장교 방식을 채택한 다리중앙 3백20m 구간의 주탑 부근으로 1백20t 무게의 콘크리트 사장재 4개,50t짜리 대형 크레인이 이날 작업을 마치고 설치돼 있어 주탑과 연결된 상판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8백여m가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탑 2개에 설치해 놓은 사장재 4개가 강선의 인장작업이 되어 있지 않아 상판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시키지 못한데다 인장작업전 임시로 설치된 가교각 2개가 상판·사장재 무게를 견디기에 지나치게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업체인 벽산측은 1일 교량건설 전문가들로 사고대책 전담반을 구성,붕괴사고 현장조사·설계도면 검토작업을 벌인 결과 『영구교각의 2분의 1 강도로 설계된 가교각이 상판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교각 설치를 위해 강바닥에 박은 파일 주위의 토사가 강물에 유출되면서 가교각이 쓰러지며 붕괴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건설현장에 특수 콘크리트를 공급해온 (주)고려개발레미콘 관계자들을 불러 정상적 콘크리트를 공급했는지 알아보는 한편 수거한 콘크리트를 전문기관에 보내 강도검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주요설계부분인 사장교설계를 맡은 오스트리아 V·A·T회사의 현장감독관 2명·설계용역회사인 KECC(한국종합기술개발) 관계자 등을 소환해 설계 하자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신행주대교 시행청인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소속 건설부 감독관 유모(47)·홍모(34)씨 등에 대해서도 감독소홀 여부 등을 조사중이다.
◇사고순간=지진이 난듯한 진동과 폭격을 당하는 듯한 연쇄적 굉음이 3분여동안 계속되며 교각 10개가 다리중앙부분에서 강북쪽을 향해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사고는 2개의 주탑중 강남쪽 14번 주탑에 연결시킨 상판이 강물에 처박히면서 일어나 강선으로 연결된 상판 41개가 차례로 강물로 끌려들어갔으며 이때 충격으로 14번 주탑이 두동강났다.
상판이 무너져내리면서 인접한 교각들과 충돌,강북쪽 교각 10개도 20여초 간격으로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사고순간 붕괴된 다리옆 행주대교를 건너던 3백여대의 차량들은 다리가 심하게 흔들리고 강물이 다리위까지 튀어올라 차를 멈춘채 공포에 떨었다. 행주대교 북단 검문소에서 근무중이던 이동국수경(22)은 『「꽝」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 중앙부분이 먼지에 휩싸이면서 무너져내렸으며 진동이 강둑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현장=다리의 강북쪽 구간이 중앙 사장교부근 주탑과 북단 25번 교각 1개만 남은채 강물에 곤두박혀 폭격을 당한 것처럼 흉한 몰골로 변했다.
상판을 들어올리기 위해 설계된 콘크리트 사장재도 동강이 나 강선에 매달렸으며 붕괴된 상판의 철근이 실타래처럼 엉킨 사이로 공사용 50t짜리 크레인이 걸려 있다.<이훈범·전익진·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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