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NTERVIEW] “하이닉스는 안 주고 軍부대 받으라니 경기도가 봉입니까”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성장이 멈추면 분배도 멈춘다’ ‘중국보다 빠른 성장, 서울보다 잘사는 경기’ 인구 1100만 명의 경기도를 이끌고 있는 김문수(56) 경기지사의 캐치프레이즈다. ‘발로 뛰는 행정’을 강조하는 그는 “설·추석 연휴 빼고 360일 일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경기도에 드리워진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 지사를 16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대담=김상우 사회부문차장


사진= 신인섭 기자

“진~짜 경우 없는 사람들이다.”

김 지사는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남북철도 시험 운행 탑승자 명단에 자신이 빠졌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경기도가 경의선 복선화에 2972억원을 내고 경의선 남측 구간의 90%가 경기도 땅인데도 지사가 제외된 것은 ‘경기도 홀대’의 한 단면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경기도는 봉이 아니다” “특별 시민과 보통 도민으로 구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취임 11개월이 되었습니다. 내세울 만한 성과가 있습니까?

“지금까지 경기도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는 데 노력했습니다. 경기도는 3중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두 팔을 번쩍 들며) 중첩 규제죠. 우선 수도권 과밀 규제. 경기도 인구밀도가 서울의 17분의 1입니다. 연천군은 서울 면적의 1.2배에 인구는 4만5000명, 인구밀도가 서울의 300분의 1도 안 되는데 똑같은 규제를 받고 있어요. 두 번째, 군사시설보호법에 의한 규제입니다. 경기도 전체 면적의 22%가 군사시설보호구역입니다. (전북 군산시) 직도 사격장에 3000억원 준다는데 우리는 1원도 받은 거 없어요. 육·해·공군에 미군까지 경기도에 있습니다. 또 하나는 물 규제입니다. 서울시민들 ‘메이드 인 경기도’ 물 마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경기도에) 물값 한 푼 주지 않습니다. 제가 (중첩 규제 문제를) 해결은 못했지만 사람들이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라는 게 누굴 말하는 겁니까.

“국회의원들과 중앙의 규제 당사자들이죠. 특히 건교부·환경부…대통령 이런 사람 있잖아요. (웃음) 그 사람들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이천 하이닉스공장을 증설하지 못하게 한 것이 여전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까.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물론이죠.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하이닉스 문제를 처리했습니다. 기업 입지는 기업이 선택하는 것인데 정부가 결정한 대로 따라오라는 것은 오만과 독선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수질환경보전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특전사가 이천시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부대를 ‘혐오시설’이라고 표현했는데.

“(목청을 돋우며) ‘주민들이 혐오하는’ 시설이라고 했습니다. 이천에만 15개의 군부대가 있고 689만 평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인데 왜 달라는 하이닉스는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군부대만 이전하려고 합니까. 경기도를 만만하게 보는 거예요. 경기도가 더 이상 봉이 아니다 이 말입니다. 서울시 화장장 6개, 서울시립 정신병원 5개가 경기도에 있습니다. 서울시립 직업훈련원, 서울지하철 기지창….” 그는 “서울랜드도 서울시립인데 경기도에 있다”며 웃었다.

-‘1시간 경기도(1시간 안에 경기도 어디든 간다)’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차가 막혀 헬기를 타고 현장을 누비는 것은 교통난을 해결하지 못한 까닭 아닙니까?

“교통국을 신설하고 한군데서 모든 정보를 체크할 수 있는 교통정보센터를 만들었어요. 수천억원을 들여서 팔당대교 쪽 같은 병목구간 도로도 넓히고. 그 돈의 100분의 1만 들이면 ‘아~ 김문수 잘 지었다~’ 소리 들을 수 있는 박물관·공연장 만들 수 있는데 말입니다. 서울~문산, 서울~포천, 서울~춘천, 제2 외곽 순환도로, 제2영동고속도로 등이 건설되면 좋아질 겁니다.”

-서울시로 출퇴근하는 도민을 위한 환승할인은 어떻게 됩니까.

“7월 1일부터 합니다. 1000억원이 드는데 철도청·지하철공사·서울시·버스 회사 다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제까지는 서울시와 협력이 잘 안 됐습니다. 칸막이 행정이죠. 경기도가 물은 협력하는데 왜 교통은 안 됩니까. 그럼 서울에서 우물물을 파서 먹든지 한강물을 떠다 먹든지 해야지요.”

-영어마을을 안 한다는 말이 들립니다.

“안산 영어마을은 재정자립도가 40%에 불과합니다. 민간 같으면 문을 닫아야죠. 90% 수준인 파주는 직영하더라도 안산과 내년 3월 문을 여는 양평은 다음달에 민간 위탁 결정을 내릴 겁니다.”

-한류 문화시설과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를 조성하는 한류우드 사업도 주춤하는데.
“예정된 아파트만 지어도 5000억원의 수익이 들어오지만 ‘농민 땅 뺏어서 아파트 장사 한다’는 소리 들을 수야 있습니까. 문화관광사업을 해야 하는데 적절한 콘텐트가 없어 고심 중입니다.”

-경기 북부는 ‘분도(分道)’ 주장이 나올 정도로 남부와 발전 격차가 심한데.

“최전방이라 군사시설보호구역이 44%나 됩니다.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잠에서 깨어나고 있어요. 서강대·이화여대가 옮겨오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파주~양주~동두천~포천~연천을 잇는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입니다. 남북관계가 순조로워지면 통일시대의 새로운 성장 핵이 될 겁니다.”

-‘명품 신도시’는 어느 정도 압축됐는지.

“다음달 서울에서 30km 거리의 경기 남·북부에 1곳씩, 2개의 후보지를 발표한 뒤 내년에 2곳 해서 모두 4곳의 후보지를 발표합니다. 2009년부터 공사에 들어갑니다. 잠만 자고 서울로 가는 게 아니라 학교·직장·녹지·고속도로·철도망을 다 갖출 겁니다. 일산이 500만 평, 분당이 600만 평인데 1000만 평 이상으로 해서 친환경·저밀도의 명품 신도시를 만들 겁니다.”

-9월에 광교 신도시(수원 이의동, 용인 상현동 일원)를 착공하는데.

“340만 평에 3만1000가구가 들어서는 신도시를 2011년 12월까지 완공할 계획입니다. 분당의 3분의 1 수준의 저밀도에다 산이 하나, 호수가 둘 있고 녹지가 풍부한 친환경적 도시입니다. 최고의 치료를 받고 휴양할 수 있는 메디컬 헬스 타운, 대규모 연구단지 등 지금껏 없던 꿈의 도시를 만들 겁니다.” 김 지사는 산과 호수에서 부는 바람을 손짓으로 표현하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서울시처럼 3% 강제 퇴출제를 하지 않고 정확한 평가를 통해 성과에 대한 보상을 주겠다”고 공직사회 혁신안을 밝혔다. 김 지사는 “사실 국회의원도 평가해서 열심히 하면 성과급 주고 못하면 적게 주고 해야 된다. 고정급 제도가 문제다. 국회의원보다 지사가 더 재밌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두 대선 후보 중 누가 경쟁력이 있습니까?

“여론조사가 말해주고 있죠.”

-다음 대선에 나올 계획이 없습니까?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인터뷰 내내 다소 굳은 표정의 김 지사는 마지막 질문에 파안대소했다.

정리=구희령 기자


김문수 지사는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민중당 노동위원장 등을 지낸 ‘투사’ 출신.

1986년 5ㆍ3 인천 사태로 2년6개월 복역했다. 경북고 재학 중 독재 반대 시위를 하다가 무기정학을 당했고,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서울대 경영학과(70학번)에서 제적됐다. 93년 복학해 이듬해 8월 입학한 지 24년6개월 만에 졸업했다. 한 측근은 “늦공부가 무섭다고, 경영학에 푹 빠지면서 노동운동가에서 ‘CEO 김문수’로 거듭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연옥(煉獄)과 같은 고통을 거쳐 사상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95년 민자당에 입당한 뒤 96년 총선에 출마한 것을 시작으로 부천 소사에서 내리 세 번 국회의원(15, 16, 17대)에 당선됐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송금 사건, 노무현 대통령의 진영 땅 의혹 등을 폭로해 ‘저격수’로 이름을 떨쳤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물리치고 지사에 당선됐다. 취임 초기 “가정을 포기하고 과로사할 각오로 일하라”고 말해 경기도 공무원 노조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51년 경북 영천 출생. 가족은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을 지낸 ‘동지’인 부인 설난영(54)씨와 1녀.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