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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처럼 뚝딱 ‘파스타’ 만들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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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28면

사진 김성룡 기자

많은 역사학자의 의견을 빌리자면,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동방을 견문한 뒤 이탈리아로 중국의 ‘국수’를 가져와 ‘파스타’가 탄생했다고 한다. 요즘은 좀 달라졌다. 오래전부터 동·서양 각각에서 독자적으로 이런 ‘국수류’ 음식이 발명돼 전래돼 왔다는 설이 더 공감을 얻고 있다. 고고학 자료를 뒤져보면 국수류는 중앙아시아에서 BC 1000년 즈음에 발생했다. 3000년 세월이 흐른 최근에는 거의 모든 나라가 이런 국수류 음식을 즐긴다. 아시아에는 10종류도 넘는 국수류가 있고, 독일에는 슈페츨러(Spaetzle)가, 이탈리아에는 모양·크기·굵기에 따라 100여 가지가 넘는 ‘파스타’ 종류가 넘쳐난다.

나는 칼국수·라면·소면 등 만들기 쉽고 먹기도 편한 국수 요리를 즐겨 먹는 편이다. 요리를 배운 후, ‘파스타’ 요리도 더 이상 어렵지 않게 해먹을 수 있게 되어 집에서 자주 해먹는다. 안타까운 건 레스토랑에서 사먹는 파스타가 너무 비싸고 격식을 차려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오해받는 점이다. 나도 ‘파스타’를 무척 생소하고 어려운 음식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어렸을 때 자주 보았던 ‘코스비 가족’이란 시트콤에서 요리를 즐겨 하지 않던 부인이 ‘스파게티’를 만들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한 음식인 모양이다’라고 넘겨짚었다. 그때는 아직 먹어보기 전이라 그 맛을 짐작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음식이니 미국인도 처음에는 우리들처럼 ‘파스타’를 낯설어했을 것이다. 서양인들이 동양의 국수류, 이를테면 태국의 ‘파타이’, 베트남의 ‘쌀국수’, 일본의 ‘라멘’이나 ‘우동’ 등을 신기해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이탈리아인의 소면 ‘파스타’
우리가 입맛이 없을 때 소면이나 칼국수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는 것처럼 이탈리아인에게 ‘파스타’는 ‘쉽고 간편한 국수’다. 우리가 소면을 하루는 잘게 썬 김치에 참기름으로 양념해 버무려 먹고, 다음날은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위에 아삭한 오이를 올려 먹는 것처럼 말이다.

쉽고 맛있게 ‘파스타’를 먹는 비법 아닌 비법까지 알게 된다면 ‘파스타’만큼 간단한 음식도 없다고 생각될 것이다. ‘파스타’는 건조된 것과 신선한 것으로 분류된다. 예전에는 엄마가 집에서 칼국수 면을 직접 만들어서 그 자리에서 맛있게 끓여주셨는데, ‘파스타’도 이탈리아에 가면 그렇게 직접 만들어 팔기도 한다. 바로 만든 것이니 정말 맛있을 테지만, 저장 기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건조된 ‘파스타’는 저장 기간이 무기한이라고 하니 장을 볼 때 맘에 드는 종류의 ‘파스타’를 사와서 비축해 두면 된다.

‘파스타’를 만드는 또 하나의 쉬운 방법은 ‘파스타’ 면을 삶아서 미리 만들어 놓은 소스에 버무리는 것이다. ‘세몰리나(Semolina)’ 라는 곡물 가루를 사용해 만든 ‘파스타’는 끓는 물에 익힐 때 쉽게 익지 않아 거의 10분 정도 걸리는데, 이때 잊지 말고 소금을 넣자. 두려워 말고 소금을 넉넉히 넣도록 하는데, 바닷물 정도로 짭짤한 물이면 맛있게 면을 삶을 수 있다. 면만 맛있게 삶아지면 별다른 소스가 필요 없는 간단한 한 끼 식사를 만들 수 있는데, 질 좋은 올리브유에 소금ㆍ후춧가루로 간만 해도 맛있는 ‘파스타’가 된다.
 
간식 같은 점심 ‘마늘고추 스파게티’
‘파스타’ 면은 약간 꼬들꼬들함이 남아 있는 ‘알단테’ 상태로 익히는 게 좋다. 8~9분 정도 삶은 다음 면 하나를 집어 맛을 보는 방법이 제일 확실하다. 라면 면발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익히는 정도가 다른 것처럼, ‘파스타’도 자신에게 가장 맞는 상태로 익히면 된다. 제 입맛에 어떤 상태가 맞춤한지 알아내는 노력은 필수. 겁먹지 말고 직접 먹어보고 느껴보자.

매콤한 토마토 소스 펜넨 · 베이컨이 든 크림소스 스파게티

이때 주의할 점 하나. 우리가 흔히 해먹는 소면은 삶은 뒤 재빨리 찬물에 헹구는 과정이 맛내기의 비결 중 하나다. 여러 번 찬물을 바꿔가며 국수를 잘 건져내야 탱탱한 면발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은 ‘파스타’는 찬물에 헹구면 안 된다. 굳이 비유하자면 라면을 삶아서 찬물에 헹구는 꼴이 되는 것. 또 면 삶은 물은 버리지 않고 활용한다. ‘파스타’가 너무 뻑뻑하고 말라 보이면 ‘파스타’ 삶은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팬에 살짝 볶아주자. 한층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또 너무 메마른 면을 싫어하는 분, 나이가 든 분들이라면 소스에 버무릴 때 삶은 물을 좀 넉넉하게 잡아주자. 훨씬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이제 짭짤한 물에 삶아 간을 맞춘 ‘파스타’를 만들어 놓은 소스에 넣고 버무리면 완성이다.

쉬운 파스타의 대표 격으로 별다른 소스 없이 즐길 수 있는 ‘마늘고추 스파게티’를 설명해 보겠다. 팬에 질 좋은 올리브유를 넉넉히 붓고 얇게 저민 마늘과 말린 이탈리아 고추를 넣어 향을 낸 후, 잘 삶아진 파스타 면발을 넣고 버무린다. 여기에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하면 끝. 실제로 나도 소스거리가 없을 때 간단하게 해먹는 요리다. 단, 국수처럼 먹고 나면 금세 배가 고파지는 단점이 있으니 주말쯤 먹는 ‘간식 같은 점심’으로 추천한다.  

매콤한 토마토 소스 펜넨

재료(4인 기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3컵, 마늘 2개(슬라이스), 핫 페퍼 플레이크 1/4 작은술(마트에서 구입 가능), 다진 파슬리 1큰술, 토마토 4개(꼭지를 떼낸 후 강판에 간다.), 노랑 피망 1개(두툼하게 채썬다), 소금, 후추, 펜넨 450g

만들기
1. 큰 냄비에 소금을 넣고 물을 끓인다. 물이 끓으면 펜넨을 넣는다.
2. 펜넨이 삶아지는 동안 소스를 만든다.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붓고 마늘, 다진 파슬리를 넣어 향을 낸다.
3. 갈아놓은 토마토를 넣고 맛이 진해질 때까지 끓인다. 채썬 피망과 핫 페퍼 플레이크를 넣어 소스를 완성시킨다.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4. 소스가 든 팬에 잘 익은 펜넨을 넣고 버무린다. 농도는 파스타 삶은 물로 조절한다.

베이컨이 든 크림소스 스파게티

재료(4인 기준) 다진 양파 1/2컵, 마늘 2개(얇게 저민다), 올리브 오일 1큰술, 베이컨 100g(작게 썰어둔다), 화이트 와인 1/8컵, 계란 노른자 2개, 생크림 500ml, 파마산 치즈가루 1/4컵 (큰 보울에 생크림, 계란 노른자, 파마산 치즈를 넣고 잘 섞어둔다), 스파게티 450g, 소금, 후추

만들기
1. 큰 냄비에 물을 끓인다. 바닷물 정도로 짜게 소금을 넣는다. 끓으면 스파게티를 넣고 삶는데, 그동안 소스를 만든다.
2.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중불에서 마늘을 넣어 향을 낸 후 타지 않게 꺼내둔다. 베이컨을 넣고 바삭하게 구워 마늘과 같이 따로 둔다.
3. 다진 양파를 넣고 투명할 때까지 볶아준다. 베이컨과 마늘을 다시 팬에 넣고 화이트 와인을 넣어 향을 좋게 한다.
4. 스파게티가 다 삶아졌는지 확인한 후, 생크림 혼합물을 3번 팬에 넣고 중불로 살짝 익힌다. 계란이 들어가서 너무 높은 온도에 오래 끓이면 응어리지므로 주의한다.
5. 스파게티 면을 소스에 넣고 버무린다. 베이컨과 파마산 치즈가 들어가므로 소금을 넣기 전에 먹어보고 짠 정도를 확인해야 함. 후추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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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씨는 미국 CIA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2006년 귀국해 현재 언니 김윤정씨와 푸드 스튜디오 ‘그린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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