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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없는 것을 찾아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호 09면

시인이 동물원에 가는 까닭은?

-이근화 시인과 그의 시집 『칸트의 동물원』

지난해 첫 시집 『칸트의 동물원』(민음사)을 낸 이근화(31) 시인. 그는 1년에 한 번쯤 동물원에 간다. 자주 가는 건 아니지만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는 동물원에 가서 사람에게 없는 것들을 본다. 낙타의 혹, 뱀의 모양, 수컷 공작의 깃털, 파충류의 요상한 색깔, 특유의 냄새들, 굉장히 작거나 큰 부피 또는 무게감을 느끼거나 살핀다. 그러면 일상 속에서 죽어지내던 감각이 강렬한 자극을 받으며 되살아난다. 그의 언어들도 마찬가지다. 다소 낯설고 독특한 이미지를 빚어낸다.
“칸트와 동물원이 서로의 반대말이란 뜻은 아닙니다. 칸트에게도 고양이 같은 유연함이 있던걸요. 두 단어의 조합이 주는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지요.”

그가 보기에 동물원은 인공적으로 꾸민 자연이자 동물들을 납치해 격리한 곳. 그 활기 없는 동물들이 모여 있는 동물원은 ‘어린이를 위한다는 어른’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니 어린이날에 동물원이 붐빈다.

그의 시집에 등장하는 동물로는 고양이, 비둘기, 파리, 고래, 까치, 박쥐, 개, 게, 고등어, 두루미, 물새, 말, 가시다람쥐, 일개미, 쥐, 악어, 악어새, 이구아나, 잠자리가 있다. 동물원에서 전시하는 동물은 몇 되지 않는 셈이다.

“전 세계 수족관을 다 가보고 싶어요. 바다 동물이 육지 동물보다 더 기이하잖아요.”

그는 ‘가방끈’(박사과정 수료)이 긴 데도 말을 아꼈다. 혼자서 잘 노는 편인 듯했다.

몸길이 35m짜리 고래를 어떻게 하면 냉장고와 방, 그리고 자신의 수첩 안에 넣을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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