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늑대와 소년' 장세

중앙일보

입력

(짧게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요즘 증시는 정말 사람을 애타게, 긴장하게 한다. 증시전망도 어렵고 아이디어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1주째 올랐다. 21세기 들어 가장 긴 상승기록과 '타이'(Tie)다. (한 재야분석가는 우리증시의 최장기간 상승은 1972년의 17주 연속 상승이라고 전하고 있다.) 10주간 심리도는 2주 연속 100%를 지속했다. 다음주까지 오르면 3주 연속 100%의 심리도다. 21세기 들어 이같은 기록은 없었다.

그래서 조정이 올 것이라는 전망과 전략 그리고 이에 기반한 대응을 권하는 전문가들이 다수다. 낙관론자나 비관론자나 조정이 임박했다며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중국 증시의 과열, 개인투자자의 지나친 주식 매수 열기 등을 꼽기도 한다.

그러나 지수 조정은 쉽지 않다. 반도체주가 유독 심한 조정을 지속하는 것과 달리 주도주들은 매우 강한 순환매를 선보이고 있다. 어제는 조선주가 급등하더니 오늘은 건설주가 급등하는 양상이다. 지표주식인 SK는 사흘째 올랐다. 이에따라 삼성전자(554,000원 12,000 -2.1%)가 2% 넘게 급락했지만 코스피는 1/10인 0.2%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급등을 의식해 선물시장에서 고점 매도 전략으로 대응했다면 이번주에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했다.

다수가 주장하는 조정은 언제올까. 조정을 얘기하다 지난주부터 '조정이 쉽지 않다. 상승이 계속될 수 있다'는 쪽으로 견해를 수정한 지기호 서울증권 부장의 말이다. "지수에 비해 종목이나 업종 속도가 빨랐다. 육상 해상 항공 등 운수 업종과 기계 조선 장비 플랜트(건설) 화학 등 장치산업이 급등했다. 과거 기준으로 이들의 조정을 고민하다보면 조정을 너무 쉽게 가정할 수 있다."

지 부장은 그러면서 "지금은 '늑대와 소년'같은 장세"라고 비유했다. 조정(늑대)이 온다고 수차례 외쳤지만 정작 조정은 오지 않았고 투자자들(마을주민)은 속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정은 아마 투자자들이 전문가 의견(소년)을 불신하고 조정에 귀기울이지 않을 때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에도 마을 주민들은 늑대를 미리 잡지 못하고 양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며 더 안타까운 것은 늑대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는데 있다.

지 부장은 "99년에서 2000년초 IT버블 때와 느낌이 유사하다"고 회고했다. 새롬기술 주가가 급등을 시작해 50만원, 100만원 갈 때마다 비싸다고 했지만 주가는 계속 올랐는데, 지금 일부 주도주들의 경우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를 계속 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 부장은 "현 주도주들은 기업이익이 뒷받침되고 있다. 게다가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지수수익을 따라가기 위해 부진한 IT주를 팔고 상승세가 강한 주도주를 계속 편입해야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펀더멘털이 좋은 데다 수급구도의 쏠림까지 가세하고 있어 급한 조정은 어려운 여건이라는 판단이다.

지 부장은 다음주 증시는 주초 조정, 주 후반 반등을 예상했다. 가격 부담으로 주초에는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주후반 기관의 '윈도드레싱'으로 주간으로보면 12주 상승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주간 등락은 1575~1630으로 제시했다.

조정이 쉽지 않은 국면이지만 '올인' 전략은 위험해보인다. 지수와 달리 이번주에도 개별종목의 경우 2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할 정도의 가격 조정이 진행되는 등 수익률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세론자이면서 단기 조정을 주장하고 있는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의 말이다. "과속을 경계하는 기관투자가는 랠리에서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고 IT주를 줄기차게 매수했던 외국인은 최근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인해 IT주에 대해 인내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중국 증시와 미국 증시(S&P500) 역시 각각 4000선과 역사적 고점에 도달함에 따라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 시점이다. 우리 증시는 단기간 기간 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1620선에서 대량거래가 발생해 부담이다. 3/4분기에 1750선까지 상승하고, 주도주 변화는 7~8월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숨고르기를 예상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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