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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한봉의 마스콧(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작은 마녀」(Mascot)에서 유래한 마스콧은 우리 전통사회에서의 부적과 비슷한 의미로 쓰여왔다. 하지만 부적이 모든 것을 뜻대로 이루어지게 해달라거나 재위를 물리치게 해달라는 두가지 목적에서 사용됐다면 마스콧은 주로 행운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는 목적에서 사용됐다는 차이가 있다.
마스콧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애뮬릿(Amulet)이다. 행운의 수호신을 상징하는 목걸이나 팔찌,혹은 모자·의복에 부착하는 작은 상징물을 뜻한다. 이런 것들이 항상 행운을 함께 하며 뜻하지 않은 행운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고 믿은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스콧이나 부적을 일종의 미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마스콧이나 부적이 품고 있는 어떤 초월적인 힘에 의해 뜻한 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이 확신하는 초월적인 힘은 인간의 정신력과 무관하지 않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정신력이 마스콧이나 부적에 의한 초월적인 힘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마스콧이나 부적을 사이에 둔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신력 교감에서 기대이상의 행운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마스콧이나 부적은 형상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정신력과 결부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한국팀에 다섯번째의 금메달을 안겨준 레슬링의 안한봉선수는 가난한 어머니가 어렵사리 마련해준 십자가형 금목걸이를 걸고 올림픽에 참가했다고 한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라는 어머니의 애틋한 심정이 그 금목걸이에 배어있을 것이다. 그것이 마스콧이든 아니든 정신력을 붇돋워주는 구실을 했음에 틀림없다.
금목걸이를 금메달로 변하게 하겠다는 자기암시속에서 강인한 정신력을 가다듬었을 것이고,경기가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을 때도 패배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전 이은철선수가 사격에서 금메달을 따기 직전 동료선수들에게 『은철이라 부르지 말고 금철이라 불러달라』고 했던 것도 안 선수의 금목걸이에 얽힌 사연과 함께 흐뭇한 에피소드로 남으리라.<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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