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수놓은 조형 예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의상은 예술이다-.」
움직이는 인체와 그 위에 걸쳐진 이색적인 디자인 옷들의 조화를 통해 색다른 미적 조형의 세계를 필치는 이색 패션쇼가 31일 오후 7시 이화여대 박물관 앞뜰에서 펼쳐진다.
지난 29일부터 호텔 롯데에서 열리고 있는 제11회 국제 복식 학술회의 마지막 행사로 마련된 「보디워크 전」은 이화여대 장식 미술학과에서 복식 디자인을 전공한 동문 16명이 참가, 출품된 96점을 16개 스테이지로 나누어 선보인다.
옷을 새로운 예술 미디어로 규정하고 있는 이들의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다양한 소재의 등장.
강회경씨(경희대 강사)의 작품 『가시나무』는 직접 나뭇가지를 빨강·녹색 등으로 물들여 디테일로 사용하고 있는가 하면, 김정혜씨(안양 전문대 전임강사)의 작품 『글로리 Ⅰ』은 실크에 에나멜 동선을 한 겹 덧 씌워 전혀 색다른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양취경씨 (경북실업 전문대 교수)의 작품 『이카루스』는 한지를 다양한 모양으로 접어 날고자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밖에도 모시·삼베·노방등 전통적인 소재를 사용해 한국 여인들의 정감을 승화시킨 작품들이 다수 선보이게 된다.
기법면에서도 작가들의 독창성이 십분 발휘되고 있어 주목거리.
날염은 물론 전을 쭈글쭈글하게 만들어 이를 연결시키기도 하고(김연회작 『시간과 공간의 만남』), 매듭을 짓거나(이성화작 『바람소리』) 누비기(김성희작『한』), 천을 덧대 깁거나(김인경 작『소울Ⅱ』·이용란 작 『콤퍼지선』등) 파이프처럼 둥글게 마는 법에서 첨단 컴퓨터 그래픽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배천범교수(이대미대·장식 미술과)는 『예술 작품이 살아 있는 인체와 만나 새로운 조형세계를 이룬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도·흥미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특히 이번 패션쇼가 야외무대에서 진행되는데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국제복식학회는 지난 82년 한국·중국·일본 복식 학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아시아 국제복식학회를 모태로 발전한 것으로 현재 미국·영국·스페인·포르투갈·필리핀 등 10개국이 가입해 있다.
이번 서울회의는 87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것으로 미국등 6개국에서 6백여명의 학자들이 참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