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아끼고… 과로도 줄이고…/“연월차휴가 꼭 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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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업들 직원에 “선심작전”/휴가명령 내주고 팻말 세우기도/일부선 안가면 사유서받아
회사에서 휴가발령장을 주고 휴가 팻말까지 세워주면서 연월차휴가를 사용하라고 성화다.
상사의 눈치를 살피느라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지만 올초부터 사무·관리직을 대상으로 시작한 각 기업의 연월차 사용 의무화 바람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지방기업으로 확산되면서 새롭게 나타난 직장 풍속도.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의 비용부담도 덜고 근로자들의 작업능률을 높이기 위해 연월차휴가를 의무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3년전부터 연월차휴가 사용을 권장해온 서울 구로공단내 금성사 오디오공장은 제조여건상 휴가가 어려운 생산직을 뺀 사무·관리직원 5백30명에게 금년부터 리프레시(Refresh·안식) 휴가발령장을 주고 있다.
연초에 사원들의 휴가일정을 전산입력하고 있는 이 회사의 연월차휴가제도는 평택 비디오공장·구미 TV공장·창원 전자제품공장에까지 확산돼 실시중이다.
삼성·현대그룹도 올해부터 계열사 전직원들에게 월차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전국 90여개 사업장의 24개 계열사직원 18만명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각각 6일간 12일,월차휴가가 없는 임원은 5일씩 모두 10일의 안식휴가를 쓰도록 하고 있다.
현대는 올초부터 41개 계열사 17만명의 직원들에게 월·토요일과 월말을 피해 매달 하루의 월차휴가를 사용토록 했고 이 제도가 흐지부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휴가팻말을 세워주고 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중소의약업체인 광동제약은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사무직 1백50명을 대상으로 매달 2,3번째주 토요일중 하루를 쉬게하고 있고 연 4천만∼5천만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동남지역공업단지(창원공단)의 경우 1백인이상 입주업체중 2백75개사를 대상으로 여름휴가일수를 조사한 결과 34개 업체가 지난해보다 1∼2일 늘어난 5∼6일을 사용,이들 업체가 여름휴가에 연월차휴가를 덧붙여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문형남근로기준과장은 『법정휴가인 연월차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노사간 합의에 따라 시행되는 여름휴가 등 약정휴가를 포함,노는 날이 외국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은 유념해야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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