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유럽 부활"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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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左)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6일 독일 총리공관에서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이좋게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베를린 AP=연합뉴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늙은 대륙 유럽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부활선언을 했다. 16일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독일을 찾은 사르코지는 "유럽인으로서, 독일의 친구로서 결과물이 필요하다는 뚜렷한 의식을 갖고 이 자리에 왔다"며 "유럽연합(EU)을 빈사 상태에서 건져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 시급한 현안, 유럽헌법과 에어버스=사르코지는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유럽을 마비 상태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시급히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며 통합 유럽의 법률적 토대가 될 유럽헌법이 2005년 프랑스.네덜란드의 국민투표 부결로 사실상 사문화된 뒤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은 2009년 유럽의회 선거 이전에 새로운 헌법을 출범시킨다는 EU 회원국들의 목표를 상기시키면서 "우리 두 사람은 할 일이 엄청나기 때문에 오늘부터 업무에 몰두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기존의 통합헌법 대신 각 회원국들이 의회 표결만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구속력 약한 '미니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EU 순번제 의장국을 맡고 있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이를 적극 지지해 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양국 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경제 현안으로 에어버스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한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문제를 거론했다. 양국 합작기업인 에어버스의 모회사 EADS는 초대형 항공기 A380 제작이 차질을 빚으면서 경영 위기에 빠져 있으며, 독일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프랑스 측 생산라인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 친구처럼 연인처럼 '우애' 과시=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친한 친구 사이에 쓰는 평칭을 사용하고, 성이 아닌 이름을 부르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의를 표시했다.

사르코지는 "프랑스에 두 나라 간의 우정은 신성한 것이며, 따라서 그 어떤 것도 이런 관계를 문제 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 양국 간 우정이 기적이었다"고 화답했다.

메르켈은 "대통령 취임 첫날 이런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특별한 기쁨이다"며 "이는 우리가 계속 추구하고 강화해 나가기 원하는 양국 간 놀라운 우정의 증표"라고 강조했다.

사르코지가 가장 먼저 메르켈을 만난 것은 결국 프랑스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이 아닌 유럽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미국 예일대의 선임연구교수인 이매뉴얼 월러스타인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기고문에서 "프랑스의 주된 관심사는 (미국이 아닌) 유럽 건설에 있다"며 "유럽에서 프랑스의 이해관계는 독일과의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가장 잘 추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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