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비운의 스타 레체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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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림픽과는 과연 인연이 없는 것인가.
불가리아가 자랑하는 여자 사격의 세계적인 스타 베셀라 레체바(28)는 한국의 당찬 여고생 총잡이 여갑순에게 2.9점차로 뒤져 은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망연자실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85년 이후 3년간 10여 차례의 국제대회를 거푸 석권, 소총부문 세계 제 1인자로 군림해 왔으면서도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뜻밖에 부진, 은메달 1개(스탠더드 소총 3자세)만을 간신히 따낸채 쓸쓸히 귀국길에 올라야했던 비운이 악몽처럼 되살아난 것이다.
맑고 깊은 푸른 눈과 기혼자(86년 결혼)로 보기 어려운 균형 잡힌 몸매(1백70cm, 65kg) 등 빼어난 미모를 갖춰 서울 올림픽에서 「미스 올림픽」으로 거론되며 매스컴의 플래시세례를 받았던 레체바는 당시 이같은 매스컴의 지나친 집중조명에 심적 부담을 느꼈던지 정신통일에 실패, 당연시 됐던 올림픽 정상 등정에 실패했었다.
회한의 눈물을 가득 떨구며 서울을 떠났던 레체바는 이듬해 5월 뭔헨 월드컵 제패로 재기에 성공한 뒤 올해 5월엔 스탠더드 소총 3자세에서 세계 신기록을 작성, 기염을 토하며 바르셀로나 올림픽 우승을 노려왔다.
그러나 레체바는 4년만에 맞은 절치 부심의 재기무대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공기 소총에서 본선에서의 우위에도 불구, 막판 결선에서 10년 아래의 여갑순에게 덜미를 잡혀 올림픽 첫 금메달의 꿈을 또다시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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