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상품 첨단기계 전자제품 한국 추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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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라디오·무선전화기는 미 수출 작년에 앞질러/중화학공업 육성책 힘입어/「기술집약」수출폭 확대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의류·섬유 등 노동집약적인 분야에 이어 기계·전자 등 기술집약적인 분야에서도 중국에 추격을 받고있다.
지난 90년 이후 대만·홍콩 등 동일민족 국가와 미국 등 선진국들이 중국의 기계·전자 등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중국이 세계의 생산기지로 탈바꿈 해가면서 무선전화기 등 일부 가전제품은 미국시장에서 우리를 따라잡았고 컴퓨터 등 첨단기계·전자제품에서도 바짝 뒤쫓고 있다.
27일 대한무역진흥공사에 따르면 중국의 공산품 수출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전기·전자·기계 등의 기술집약 제품들의 수출이 크게 늘고있다.
중국측 공식통계인 해관통계에 따르면 전체수출에서 공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0년 74.5%에서 작년에는 77.5%로 커졌으며 특히 선풍기·TV·발전기·공작기계 등의 전자·기계·수송설비제품 수출은 전년보다 28% 늘어났다.
올들어 전자·기계제품의 수출은 더욱 늘고있어 지난 1∼3월중에는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넘어 14.6%로 커졌다.
이에 따라 중국전자·기계제품은 세계시장에서 우리상품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데 미국 수입시장의 경우 지난 89년에는 우리의 라디오·무선전화기·콤팩트디스크 플레이어(CDP) 등의 시장점유율이 중국보다 높았으나 지난 91년에는 모두 중국보다 낮아졌다.
컴퓨터·반도체는 지난 89년에는 중국의 대미수출 물량이 없었으나 2년 뒤에는 각각 수입시장의 4.3%,4.2%씩을 차지했으며 발전기는 시장점유율이 0.8%에서 3.1%로,운송기계는 1.9%에서 3.5%로 각각 커졌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기간중 컴퓨터의 시장점유율이 7.8%에서 5.6%로 내려가는 등 반도체·카메라·전자레인지·사무용기기 등 주요수출 품목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세에 있어 곧 중국에 추격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같이 우리가 기술위주의 상품에서도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는 사이 중국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과 선진국들의 집중투자에 힘입어 값싼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자본 홍콩·대만이 80%/기계설비 수입땐 면세혜택 등 투자유치 열올려/해설
중국이 공업분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선진국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의류 등 노동집약 산업에 이어 가전·기계 등 기술집약 분야에서도 우리의 수출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기계설비 수입에 대해 2년간 면세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외국기업의 유치에 열을 올리는데다 미국·일본 기업들과 대만·홍콩 등 동일민족국가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대중투자를 부쩍 늘리고 있는 추세다.
중국 대외경제무역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직접투자 허가를 받은 외국기업 건수는 총 1만2천9백78건 1백19억달러 규모로 금액면에서 전년보다 81.6% 늘어났다.
이중 중국과 가깝고 같은 민족이라는 이점을 가진 홍콩(8천5백2건)과 대만(1천7백35건)이 전체의 80%를 차지,복건성을 중심으로 한 화남경제권을 형성해가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미국이 6백94건,일본이 5백99건이었다.
특히 「환 일본해 경제권」건설을 계획중인 일본은 올해 일중 국교정상화 20주년을 맞아 대중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대련시에 해외경제협력기금(OECF)으로 총 55억엔을 투자,10년내에 2백17㏊ 규모의 대련공단을 조성키로 했다. 대중투자도 크게 늘어 지난 1∼3월중에는 작년 같은기간보다 5배는 10억8천만달러가 투자됐다.
외국투자 자본의 80%가 공업분야에 집중돼 있는데 이중 섬유산업이 전체의 7.2%로 가장 많았지만 전자통신설비 제조분야가 전년보다 28%,기계제조가 1백55%,전기기계기구 재료가 2백%씩 각각 늘어나는 등 전자·기계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쩍 늘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일본 제품과 중국산 제품의 「협공」에 밀리고 있어 기술위주의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는 일이 더욱 시급해졌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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