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바닥 다지기에 들어섰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각종 소비지표는 경기회복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중이다. 기업의 경기전망 기대도 높아졌다. 이를 근거로 정부와 민간연구소들은 올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바닥 확인은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산업생산과 제조업 증가율은 떨어지고 소득도 줄었다. 성장률은 아직 제자리다. 재정경제부는 17일 "경제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봤지만, 한국은행은 "아직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아예 경기 진단이 의미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올 1분기엔 11.2% 늘었다. 기업의 시설투자용 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들이 기업에 빌려주는 산업대출금 증가액은 1분기에 4.3%(15조2000억원)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증가액(0.7%, 2조4000억원)보다 많아졌다. 산업대출 증가 폭은 4년 만에 최대로 이 중 시설자금용 산업대출금은 5.4% 늘어났다.
이런 지표들은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성장률 전망을 올리고 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16일 열린 한 강연에서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유가 등의 불안 요인이 해소되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4.5~4.6%로 높여 이달 말께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달 9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0%에서 4.4%로 올려 잡았다.
◆아직도 남아 있는 위험들=그러나 경기회복 신호를 강하게 보내지 않는 지표도 많다. 제조업 생산은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해 3분기 2.2%의 증가율을 정점으로 4분기엔 1%로 줄더니 올 1분기엔 마이너스 0.8%를 기록했다. 국내총소득(GDI)도 줄고 있다. 지난해 말 전 분기 대비 2.6% 늘었던 GDI는 올 1분기 마이너스 0.7%로 내리막이다. 성장률도 지난해 말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3~4월 움직이는 경제상황은 경기가 확실하게 살아간다는 믿음을 갖기에 아직은 조금 약하다"고 한 것도 이런 지표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 2월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반전되고 세계 경제의 불안이 잔존하는 등 국내외 환경에 위험 요인이 여전히 있다"고 지적했다.
아예 경기 저점이나 경기회복이란 말 자체가 의미없다는 지적도 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경기 저점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잠재성장률이 높아지고 경제 트렌드가 변화하는 등 근본적으로 경제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병기.권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