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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손가락 없어도 … '투혼으로 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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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43.사진)씨가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밟았다.

한국도로공사는 16일(한국시간) 김홍빈씨가 이끄는 등반대가 네팔 쪽 남동릉 루트로 에베레스트(8848m) 등정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김미곤(36), 윤중현(37) 대원과 함께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김씨는 지난달 10일 해발 5400m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이후 36일 동안 살을 에는 강풍, 추위와 싸운 끝에 정상에 선 것이다.

김씨는 손가락이 없어 장갑을 끼고 벗는 것에서부터 등반에 필요한 모든 행동이 동료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 등반 도중 동료에게 신세지는 것이 미안해 상의 지퍼를 올리지 못하고 추위에 떨 때도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m) 단독 등반 도중 정상 바로 아래에 고립되면서 동상에 걸려 열 손가락을 모두 잘라내는 시련을 꺾었다. 그러나 꾸준한 재활훈련으로 재기한 뒤 등정을 계속하고 있다.

97년 유럽 최고봉인 엘브루스(5642m) 정상에 오르며 제2의 산악 인생을 시작한 김씨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장애인 동계올림픽에 스키 대표로도 참가했다.

그는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에 도전 중이다. 이미 매킨리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남미 아콩카과(6962m)에 올랐다. 내년까지 남극의 빈슨매시프(4897m), 오세아니아 칼스텐츠(4884m) 등 남은 7대륙 최고봉 등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각오다.

김씨 등 대원들은 15일 1차 공격을 시도했지만 기상악화로 실패한 뒤 이날 재도전에 성공했다. 대원들은 모두 건강한 상태이며 베이스 캠프로 복귀중이다. 이들은 6월 초 귀국할 예정이다.

글=성백유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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