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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도자들이 나라 더 어렵게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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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은 18일 "최근의 국가적 혼란을 풀어가야 할 분들이 주거니받거니 하며 나라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며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金추기경은 이날 신임 인사차 방문한 민주당 조순형(趙舜衡)대표 일행에게 이같이 말하고 "이래서야 나라가 잘 되겠느냐는 얘기를 어디를 가더라도 많이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金추기경은 특히 趙대표 일행과 함께한 기도에서 "우리나라 정치는 지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폭풍우 속에서 흔들리는 배와 같습니다"며 "이러한 시기에 배가 파손되지 않도록 배를 몰고가는 조타수와 선장 모두에게 지혜를 주시고, 어느 길이 국민이 바라는 길인지 알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金추기경은 趙대표와의 대화에서 "나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이제 불법 대선자금 문제는 모두 털고, 청산하고 가야 한다"며 "해당되는 분들은 하느님 앞에서 하는 것처럼 진지하고 진실된 고해성사를 해야 하고, 필요하면 감옥에 갈 각오도 하면서 진정 맑고 밝은 나라를 만들어 가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金추기경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은 늘 비판만 하는 걸로 이해하는 반면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들 e-메일 등으로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니까 이들과 함께하면 뭔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趙대표도 이에 대해 "대통령 후보라면 모를까, 일단 대통령이 됐으면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아니라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金추기경은 "지난번 청와대에 갔을 때 마침 盧대통령이 언론사와 소송을 하고 있어 '언론에 대해 그렇게 하지 말고 껴안으라'고 충고했더니 '껴안는 것은 강자가 하는 것이고, 저는 약자다'고 말해 盧대통령을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열흘쯤 뒤에 소송을 중지하기에 '그래도 우리 말을 따라줬구나'싶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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