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화 잇따라 출간/일 등서 들여와 이념빼고 재편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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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권선징악 얘기 많고 과학도 있어
『딸랑딸랑 하고 방울이 울렸습니다. 호랑이는 깜짝놀라…. 벼랑에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범한테 물려가도 정신만은 똑바로 차리라」는 말이 옳다고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들리는 이 글은 국내에서 출판된 북한 창작동화의 일부분이다.
김달현북한정무원 부총리의 입경이 상징하듯 남북간 화해·협력분위기가 높아지면서 민족문화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아동문학 교류가 추진되고 있다.
도서출판 산하(대표 소병훈·39)는 20일 『이 고집쟁이좀 보세요』 『작다고 깔보고 큰코 다쳐요』 등 5권의 북한 창작동화를 출판했으며 신구미디어(대표 이사영·34)도 지난달 『욕심쟁이 까마귀』 『잿빛토끼와 파란장화』 등 3권을 선보여 서점가에서 호평을 얻었다.
이에 앞서 도서출판 사계절(대표 김영종·40)은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남북어린이들이 함께 읽는 전래·창작동화」 전15권을 내놓아 북한동화를 처음 소개했다.
이 책은 종로서적 등 대형서점에서 한때 아동도서부문 베스트셀러 3위에까지 오르는 등 지금까지 총 25만권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YWCA가 추천한 어린이 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들 북한동화는 일본등지에서 들여온 원전에서 이념이 강조된 내용은 빼고 교훈적인 것만 골라 재편집한 것이다.
동물을 의인화,인간의 삶을 빗댄 권선징악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나 『로보트가 쏴올린 포탄』(신구) 등은 과학적 원리를 재미있게 설명한 과학동화.
편집과정에서 남한어린이들의 정서에 맞게 삽화를 고쳐그렸으나 이질감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닭알침」「딱친구」 등 북한의 이른바 「문화어」를 소개하고 「군침」「친한 친구」 등 우리말 주를 붙였다.
아동문학가 이재복씨(36)는 『통일이 되었을때 남북의 어린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바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출판교류는 어떠한 통일정책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통일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이들 북한동화뿐 아니라 내용이 뛰어난 중국 연변지역 창작동화의 국내출판도 서두르고 있다.<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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