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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 누명쓴 중학생 2명/경찰 조작수사 말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실적급급 폭행·자백강요/「피해자」는 담당형사 부인/구속뒤 풀려났지만 심한 우울증/가족들 “경관 둘 고소·소송내겠다”
경찰이 단속실적을 올리려고 남대문시장에 구경나온 중학생 2명을 소매치기로 적발한뒤 학생들이 범행을 부인하자 자기부인을 피해자로 꾸며 허위조서를 작성,끝내 구속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학생들은 구치소·감호소로 옮겨졌다 10여일만에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과 위탁변경(소년범에 대한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지만 학기말 시험을 치르지 못한 것은 물론,심한 우울증세를 보이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가족들은 단속경찰관을 고소하고 국가를 상대로 배상소송도 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조작=국교동창 강모군(13·K중2·서울 신대방동)과 이모군(14·S중2·서울 신대방동) 등 2명은 지난달 13일 오후 3시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옷구경을 하다 서울경찰청 도범계소속 정용화·이재창순경 등 2명에 의해 인근 중앙우체국 수위실로 끌려갔다.
이 순경 등은 강군 등의 옷을 뒤져 현금 8천원이 나오자 『소매치기한 사실을 자백하라』고 강요하다 강·이군이 『집에서 받은 돈』이라며 부인하자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다.
형사들은 겁에 질린 이군이 『훔친 돈』이라고 거짓자백 하자 곧바로 서울경찰청으로 끌고가 『이군 등이 오락비용을 마련키 위해 1명이 망을 보며 바람을 잡고 다른 1명이 여자들의 핸드백을 따는 수법으로 1시간 사이 네차례에 걸쳐 소매치기를 했다』는 내용의 조서를 작성,이군 등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구속영장에는 피해자 박모씨(28·여·서울 용답동)가 『S백화점 뒤에서 형사아저씨가 소매치기라고 소리쳐 핸드백을 보니 단추와 지퍼가 열려있었고 1천원이 없어졌다. 현장에서 형사아저씨들이 범인 2명을 잡아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있다.
취재팀의 확인결과 피해자 박씨는 강군 등을 연행한 이재창순경의 부인이었으며 나머지 피해자 3명은 20,30대여자 등으로만 돼있었다.
그러나 이 형사는 자신의 부인으로부터 피해자 진술을 받은 것으로 영장에 기록하고도 『피해자 박씨가 누구인지 기억이 안난다』고 21일 말했다.
경찰은 소매치기를 한 것으로 진술을 받아낸뒤 형사 미성년자인 강군은 어머니와 함께 귀가조치 했으나 이군은 미성년자인데도 부모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아 강군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서야 이군 부모는 아들이 경찰에 연행돼 영장이 신청된 사실을 알았다.
이군은 곧바로 구속돼 서울구치소로 넘겨졌으며 강군도 이틀뒤인 15일 재출두 명령을 받고 가정법원에서 검사의 간단한 신문을 받은뒤 안양감호소에 수감됐다.
◇석방=이군은 구치소로 넘겨진지 11일만인 지난달 26일 초범인데다 학생인 점이 고려돼 기소유예로 풀려났고 안양감호소에 수감됐던 강군은 17일만인 2일 부모가 책임지고 선도한다는 조건하에 풀려났다.
◇후유증=이군의 가족들은 이군이 풀려난뒤 한동안 잠을 자지않고 밥도 안먹으며 『나는 소매치기 안했다』는 헛소리까지 했다고 말했으며 강군도 심한 우울증을 보였고 가족들에게 『누명이 벗겨지기 전에는 창피해서 학교에 갈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강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갖고 있던 돈은 자신이 용돈으로 준 것이라고 말했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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