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세븐' 빈집 증가 '역전세대란'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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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안 팔려 집주인들이 수천만원 내려 전세로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 안 나간 빈집이 늘고 있어요."

집값 하락세 여파가 전세시장으로 번지면서 다주택자들의 빈집도 늘고 있다.

특히 '버블세븐' 지역의 경우 전세매물이 쌓이면서 전셋값이 큰폭으로 하락,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대란'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빈집이 늘고 있는 곳은 서울 서초, 목동과 1기 신도시 분당, 평촌, 산본 등 '버블세븐'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02년에 입주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의 경우 전세값이 최고 1억5000만원이 빠졌지만 찾는 이가 없다.

인근 D공인관계자는 "이 일대에서는 유일한 새 아파트라는 강점 때문에 전세값도 강세를 보였지만 올 들어 거래가 끊기면서 42, 50, 55평형 모두 1억~1억5000만원이 내렸다"며 "이 마저 세입자가 없어 3가구는 몇 개월째 비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경우는 '역전세대란' 조짐 마저 보이고 있다.

목동 5단지의 경우 30평형대 수리가 안된 집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3억원 이상이었지만 현재 2억3000만원에 전세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전혀 팔리지고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각 단지마다 평형에 관계 없이 나타나고 있으며 3~4가구가 빈집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H공인관계자는 "전세값이 계속 하락하자 계약 만기가 가까워진 세입자 일부는 가격을 낮춰 주거나 다른데로 옮겨 가겠다고 말하고 있어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1기 신도시인 분당, 평촌, 산본에서도 마찬가지. 분당 서현동과 정자동 일대 아파트 전세값도 대형평형 중심으로 5000만~6000만원씩 내렸지만 세입자가 없어 빈집이 늘기 시작했다. 각 단지마다 2~4가구씩 빈 집으로 방치돼 있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

서현동 S공인관계자는 "지난해 말 평형갈아타기에 나서 일시적으로 2주택자들이 가장 큰 낭패를 보고 있다"며 "집이 팔리자 않자 집주인들이 수천만원 내려 전세로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 안빠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역전세대란'조짐은 매매시장이 침체되면서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포기하고 전세로 선회하면서 가뜩이 수요 없는 전세시장에 공급량만 늘리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강남과 목동일대에 빈집이 늘고 있는 이유는 학군프리미엄으로 전세는 구하지 못할 정도로 특수를 누렸던 곳이지만 올해부터 광역학군제 시행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수요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내집마련정보 함영진 팀장은 "다주택자들의 빈집이 속출하면서 매매가와 전세값의 동반 하락의 악순환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가을철 성수기에도 거래가 안 터지면 '역전세대란'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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