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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에 새 삶 터전 마련 「사람사는 정을 심는 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사람사는 정을 심는 모임」 (회장 신기남·40)은 결혼 전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기를 낳은 후 도저히 양육할 수 없어 아기와 헤어져야 하는 미혼모들에게 이웃의 따뜻한 정이 아직은 살아있음을 보여주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해외로 우리 어린이들이 입양돼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미혼모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모임의 회원들이 중점적으로 하는 일은 미혼모들에게 아기와 함께 살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 주고 아기들을 돌봐주는 일.
이 모임이 서울 길음동 40평짜리 전세집에 마련한 「미혼모의 집」에는 현재 미혼모와 아기 16명이 살고 있는데 이 일을 시작한 89년 이후 모두 30쌍의 엄마·아기가 이 집을 거쳐나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 이 모임은 술자리에서 대화도중 우연히 「한국이 세계 최고의 고아 수출국」이라는데 함께 분노를 토로한 신기남 변호사 등 서울대 법대 동창생 4명이 주축이 돼 시작됐다.
미혼모들이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일을 해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려면 무엇보다 거처와 아기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들은 자금마련을 위해 주위사람들에게 이같은 뜻을 알렸다.
이에 동참한 사람들은 시인 신경림, 아동문학가 이오덕, 변호사 박연철·양승찬, 전종덕 조비관리부장, 신현직 계명대 법대교수 등 현재 1백4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사정이 닿는대로 1천원에서 10만원에 이르기까지 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미혼모의 집」에는 유급직원 3명·자원봉사자 10여명이 함께 참여해 미혼모들이 일을 나간 사이 아기들을 돌보아주는데 미혼 모자들의 거주기간은 1년 정도.
회원들은 아기아빠를 수소문해 찾아가 재결합을 주선하기도 하는데 아기를 계속 키운 것이 계기가 돼 재결합할 수 있었던 경우도 절반정도가 된다는 것.
이 모임 전종덕 이사(38)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되는 미혼모는 약 2만명. 최근에는 미혼모의 학력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으며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여성들도 많아 미혼모 발생이 어느 특정계층에 한정된 경우가 아니라 더욱 심각하다는 것.
『미혼모에 대한 배려가 사회 정책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 모임의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신회장은 미혼모 발생을 예방하는 홍보사업, 미혼 모자보호 시설확장, 미혼모를 위한 탁아소 건립등을 목적으로 한 기금마련을 위해 오는 24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두번째 자선공연도 개최. 그는 일반인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 회원들은 미혼모 문제의 심각성, 이 모임 운영상태 등을 알리는 조촐한 회지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도 1년에 두차례 정도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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