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공급 불균형/재정집행 방식이 문제/하반기에 무더기 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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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상반기엔 돈 환수… 매년 악순환
정부가 한해에 쓸 돈을 하반기,특히 연말에 몰아쓰는 것이 「상반기 가뭄,하반기 홍수」라는 통화공급의 불균형을 낳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상반기에는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돈이 재정집행으로 쓰는 돈보다 많으나 하반기에 가서는 재정집행을 무더기로 하는 바람에 통화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있다.
그결과 매년 상반기엔 전해 연말에 풀려나간 돈을 환수하기 위해 민간대출을 죄는 등 시중자금사정이 매우 빡빡해지고 하반기엔 통화관리가 상대적으로 넉넉해지는 행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총통화(말잔기준)는 3조5천억원 늘어난 반면 하반기 공급량은 상반기의 3배가 넘는 11조5천3백억원에 달했다.
정부부문에서 상반기에 2조7백14억원을 환수했으나 하반기엔 반대로 2조8천억원 이상을 풀었기 때문이다.
90년에도 하반기 통화증가량은 상반기의 4배가 넘는 8조2천억원에 이르렀는데 이때도 정부통화는 상반기에 5조2천억원 환수된 반면 하반기엔 3조8천억원 공급됐다.
정부부문의 이같은 재정집행 패턴은 매년 반복되어 왔으나 특히 89년 이후엔 대규모 추경예산편성으로 문제가 더욱 심화됐었다.
올해도 이같은 문제점은 고쳐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올 하반기 통화공급여력은 총통화 평잔기준으로 거의 10조원에 달해 상반기중 공급된 총통화의 두배를 넘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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