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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경영권 방어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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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SK㈜가 소버린자산운용과의 표대결에 대비해 안정적 지분 확보에 나섰다. SK는 18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10.41%) 가운데 4.6%를 팔기로 결정했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SK의 우호 세력에게 이를 팔아, 친 SK 지분을 늘리자는 포석이다.

◇우호지분 만드는 SK=이날 매각하기로 한 SK㈜의 자사주는 SK그룹의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과 신한. 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SKC 주식 1백68만여주(5.22%)를 장내에서 매각해 2백19억여원의 자금을 마련해놓았다. SK지분을 늘리는 재원이다.

SK㈜의 자사주 매각으로 SK㈜의 우호 지분은 최태원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가진 15.93%에 우리사주 4.1%를 더해 25%수준이 됐다. 14.99%의 지분을 가진 소버린은 헤르메스와 템플턴 등 외국계 펀드들이 갖고 있는 3%가량의 지분을 업고 있다. 여기에 심정적으로 소버린 측에 동조하는 외국인투자자를 움직이면 30%에 가까운 우호지분을 확보해 SK와 지분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SK는 자신들이 휘발유 등을 취급하는 '국가 기간업체'인 만큼 경영권 방어에 국내 투자자들이 힘을 보태 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의 채권단을 SK의 백기사(현 경영진을 돕는 우호 주주)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와 함께 SK는 소버린과 우호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유정준 SK전무는 "소버린이 요구한 대로 투명 경영 기반을 다질 것이고 소버린에 경영참여의 길도 터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소버린의 움직임=소버린 측은 28.33%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을 일일이 만나면서 우호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적대적인 M&A를 위해서가 아니라 주주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해 경영진 교체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SK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는 지난달 두차례나 방한해 표대결을 염두에 둔 정지작업을 했다.

소버린은 이날 "자사주를 매각해 주주들이 입게 되는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SK의 자사주 매각 방침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외국계 펀드인 헤르메스 자산운용도 "자사주 매각을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윤희.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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