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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중간선거 폭력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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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필리핀 남부 마라위시의 한 체육관에 설치된 중간선거 개표소에서 15일 무장한 경찰관들이 개표 참관인들을 감시하고 있다. 전날인 14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는 사제폭탄 폭발과 투표함 탈취 등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해 적어도 8명이 숨졌다. [마라위 AP=연합뉴스]

14일 필리핀에서 실시됐던 중간선거가 역대 최악의 폭력과 부정선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정치 개혁을 추진 중인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어서 향후 필리핀 정국이 부정선거 시비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필리핀 경찰의 집계에 따르면 선거 당일 전국적으로 적어도 8명이 숨지고 13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전국 수십 곳에서 수류탄 투척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 중간선거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후보자를 포함해 모두 114명이 숨졌다. 현지 일간지 인콰이어리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너무 많이 벌어져 최종 집계가 나오면 사망자는 1994년 대선 당시의 189명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정선거 여부를 감시했던 아시아 자유선거네트워크(ANFE)는 9개 도시에서 협박과 공갈로 선거가 연기되는 사태까지 발생했으며, 수천 명이 남의 이름으로 투표했다고 밝혔다. ANFE 자원봉사자로 남부 무슬림 선거구에서 개표 감시 활동을 했던 솔스리 하나눈차수크는 "공공 장소에서 유권자들에게 돈이 뿌려졌고, 날인도 없는 투표함을 개표장으로 들여와 개표 작업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가톨릭 공명선거 감시위원회는 14일 밤 남부 2개 주에서 가명으로 된 4만5000여 장의 투표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의 데이브 포칼라 신부는 "선거인 명부에 존재가 불확실한 이름을 올려놓고 그 사람 이름으로 중복 투표를 한 경우가 많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 의원 236명 전원과 상원 의석 절반인 12명, 각 지방자치 단체장.의원 등 전국적으로 모두 1만7000여 명의 각 대표를 선출한다. 현지 언론들은 집권 여당이 하원을, 야당이 상원을 석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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