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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가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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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킬러 콘텐트(Killer Content) 탄생의 가능성을 열었다."

14일 첫 발을 내디딘 '더 뮤지컬 어워즈(주최 중앙일보 JMnet.한국뮤지컬협회)'에 대해 서울문화재단 안호상 대표는 이렇게 평가했다. 안 대표는 "제대로 된 평가는 창작 의욕을 높이는 촉매제"라며 "'더 뮤지컬 어워즈'를 통해 '그들만의 심사'론 더 이상 공연계도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었다"고 말했다.

#인지도 낮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 뮤지컬의 제작 풍토는 '좋은 작품을 만들자'보다는 '해외 유명 뮤지컬을 빨리 수입해 오자'는 기류가 강했다. 한 뮤지컬 제작자는 "한국에서 뮤지컬로 돈을 벌 수 있는가 여부는 에이전트를 통해 얼마나 외국 제작자를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좌우돼 왔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외국 의존적인 제작 관행이 만연해 온 것이다.

그러나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의 수상작 결과는 기존 대형 외국 뮤지컬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유명 작품이라도 이미 몇십 년이 지난 작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동시대성을 반영해야 하는 시상식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게 본심 심사 위원단의 판단이었다.

반면 '더 뮤지컬 어워즈'를 통해 새삼 주목을 받은 작품은 '올슉업''쓰릴 미' 등 인지도가 떨어진 작품이었다.

최우수 외국 뮤지컬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올슉업'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7개월 만에 막을 내린, 말하자면 실패한 작품이었다. 비록 수상하진 못했지만 6개 부문에 후보를 낸 '쓰릴 미' 역시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만 공연된 작품으로 대중적 인지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숨겨진 보석을 발굴해 평가하는 풍토는 창작 뮤지컬 발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쇼틱 김종헌 대표는 "창작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면도 있지만 프로덕션들이 창작 뮤지컬 제작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은 '인지도 낮은 작품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며 "더 뮤지컬 어워즈는 무명의 작품도 조명받을 수 있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업계에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뮤지컬 전용관 확대로 이어져야

이런 평가가 가능했던 것은 '더 뮤지컬 어워즈'가 일반인과 매니어 등 다수의 심사 위원을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기존 공연 심사는 전문가 집단으로만 한정시켜 '깊이'는 반영했지만 일반인 눈높이의 '시장성'은 결여되곤 했다. 순천향대 원종원 교수는 "브로드웨이에서도 '토니상 몇 개 부문 수상'이 곧바로 흥행으로 직결된다. 한국에서 이런 역할을 '더 뮤지컬 어워즈'가 담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참에 뮤지컬 전용관이 늘어나 뮤지컬 발전에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뮤지컬협회 윤호진 회장은 "한국 뮤지컬의 질적 발전을 위해선 킬러 콘텐트가 필요하다고들 하는데 이는 제도와 인프라의 구축없이 그저 허망한 소리일 뿐"이라며 "'더 뮤지컬 어워즈'를 통해 제대로 된 심사 방법이 마련됐으므로 이젠 꾸준한 장기 공연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할 수 있는 뮤지컬 전용관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minwoo@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 킬러 콘텐트란=이전과 다른 획기적인 내용을 담아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어내는 작품. 한국 대중음악과 영화의 비약적 발전을 이루게 한 1990년대 초반 서태지, 99년 영화 '쉬리'가 대표적인 킬러 콘텐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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