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밥장사' '비자장사' 외교관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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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밥 장사는 뭐고 비자 장사는 뭔가. 국내외에서 나라를 대표해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헌신해야 할 외교관들이 이런 치사하고 불법적인 행태를 언제까지 저질러야 하는가. 한 외교관이 외교통상부 내부 통신망에 올린 외교부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한 글은 우리 외교관의 추한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이 외교관은 그동안 사적 모임도 공금으로 처리해 식사하거나, 관저 만찬을 하면서 사람 수를 부풀려 식비를 착복하는 일명 '밥 장사 공관장'의 실태 등을 폭로했다. 심지어 일부 공관장은 겸임국 신임장 제정을 위한 해외 출장에 딸을 공관 직원으로 위장해 경비를 타내기도 했다고 하니 특명전권대사의 얼굴이 두껍기도 하다.

물론 이런 비열한 외교관들이 다수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여전히 일부 외교관이 그런 행태를 계속하는 것은 외교부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감사원의 감사와 국회의 국정감사 등을 통해 공관의 밥 장사와 비자 장사, 공관장 및 공관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적발돼 시정조치를 받은 것도 여러 차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외교관이 교민이나 여행 중인 민원인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무사안일 하면서 오로지 승진이나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상급자들에게 줄을 대려고 안달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이런 고질적인 병폐가 이번에도 그냥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이를 계기로 외교부가 실태조사를 철저히 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또 다시 터무니없는 폐쇄적 엘리트 의식과 끼리끼리 문화로 서로 감싸주는 미온적인 처방을 내선 안 된다. 다행히 이번의 경우 내부 고발을 통해 자정하려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하니 외교부가 확실한 대책을 세울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야 외교 일선에서 헌신하는 다수의 자긍심이 살 수 있고, 외교가 선진국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두번 다시 우리 외교에서 '밥 장사' '비자 장사'라는 천한 용어가 외교관을 수식하는 말이 안 되도록 외교관들은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