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사건 맞물려 속고… 속이고…/난마같은 「땅」사건 정리해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예금 횡령·정보사땅·안양땅 등 얽혀/“한건 당하고 다른건 해먹고” 요지경
검찰수사 13일째인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은 사기대상과 인물이 뒤얽히며 진술번복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누가 어떤 사기사건에 어떻게 관련된 것인지조차 혼란스러울 지경이 됐다.
이번 사건은 크게 ▲국민은행 예금불법인출 사건에서 터져나와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이 드러나면서 ▲이들의 또다른 범죄인 안양시 군부대부지 사기사건으로 이어진 것으로 대별되나 이중 정보사부지 사기사건만은 관련자들의 떠넘기기식 진술로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제 남은 의문점은 ▲김영호는 사기꾼인가,아니면 「배후」의 하수인인가 ▲제일생명은 누굴 믿고 거액을 넘겨 주었는가 ▲자금의 최종 사용처는 어디인가로 압축된다.
얽히고 설킨 사건의 가닥을 잡기 위해 현재까지 진행된 검찰수사를 중심으로 사건과 관련자들의 역할 관계를 정리한다.
◇정보사부지 사기=15일까지 검찰에서 조사된 이 사건은 군부지 불하사기에 「맛」을 들인 김영호씨와 임환종·김인수씨가 이 사건을 모의한뒤 곽수열씨가 가세,신준수씨를 통해 정건중·정영진·정명우씨 등과 손잡고 이들이 박삼화씨를 다리로 삼아 제일생명을 끌어들인 사건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김씨 일당에 속았다는 정씨 일당의 진술을 액면대로 받아들이면 일단 정보사부지 1만7천평 사건에 있어서는 정씨 일당은 피해자가 된다.
김영호씨 등은 정씨 일당과의 계약에서 사기죄 구성요건이 속이려는 의사를 가지고(범의) 부지불하 능력이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행세(기망),계약금과 사례금 81억5천만원을 챙겨(피해)사기사건의 피의자가 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정씨 일당이 김씨 일당과 함께 제일생명과 맺은 정보사부지 3천평에 대한 계약사건의 사기죄 구성여부다.
김씨 일당은 일단 1만7천평을 사기한 이상 3천평 사기사건 역시 또 다른 범죄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나 언뜻 생각하면 정씨 일당은 한수위인 김영호씨 일당에게 속은 피해자로만 여겨질 수 있기 때문. 그러나 검찰관계자들은 제일생명과의 1,2차 약정서에 계약당사자로 김씨 일당인 곽수열씨가 등장하는 점 등에 비추어 정씨 일당을 따로 떼어놓는 것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국유지를 불하받는다는 허황된 구실을 이용,제일생명에 피해를 보게한 이상 이들도 연쇄·합작사기사건 피의자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또 서울 서초동·도곡동·방배동 등 9개 부지에 대한 사기미수사건은 김씨 일당이 시간을 벌기위해 정보사부지 대신 매수를 제시한 이 사건의 곁가지로 보인다.
◇국민은행 예금횡령=이 사건은 금융기관의 임직원(가중처벌 대상)인 정덕현대리가 형 정영진씨 등과 짜고 제일생명의 예금 2백30억원을 빼돌린 사건으로 성격이 규정되고 있다. 정덕현대리는 현재까지 가짜통장을 만든 혐의(사문서위조)로만 구속되어 있으나 검찰수사결과 예금원장을 위조하며 사채놀이를 하고 돈을 빼돌리는 업무상 배임혐의와 사례금을 받는 등 배임수재혐의를 받고 있다.
이 경우 김영호씨 일당은 이 사건과 무관한 것이 되며 정영진씨 일당은 공동정범의 관계가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정덕현대리가 제일생명을 상대로 한 정씨 일당의 사기사건 모의과정부터 참가한 혐의가 짙어 이 사건 역시 사기사건의 가지로 볼 수 있다. 이때 피해자는 국민은행이 되나 국민은행은 소송을 통해 제일생명과 배상책임을 다툴 예정이어서 민사소송결과에 따라 제일생명과 공동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안양땅 사기사건=김영호씨는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에 앞서 안양시 군부대부지와 관련,3건의 사기행각을 벌인다.
91년 5월 도시계획도를 변조,군부대 인접 사유지 8천평을 오모씨에게 팔아넘기며 1억9천5백만원을 가로채려다 변조사실을 뒤늦게 안 오씨에게 덜미를 잡힌다. 이 사건은 김영호씨의 단독범행.
그러나 이 사건에서 발목을 적신 김영호씨는 토지브로커 임환종씨를 만나 본격적인 군부지불하 사기에 깊이 빠져들어 같은해 12월13일 군부대부지 2만여평까지 사기대상에 포함시켜 정건중씨 부인 원유순씨와 윤모·성모씨 등 3명에게 50억원에 팔아넘기려다 윤씨의 매수의사 포기로 실패한다.
김영호씨와 임환종씨 2명은 이 사건의 피의자로 드러났으며 신준수씨도 이 사건과 깊숙이 관련된 사실(중앙일보 15일자 23면보도)이 드러났다.
이후 이들은 다음해 1월 원유순씨와 정영진씨를 끌어들여 2만8천여평 모두를 1백70억원에 팔아넘기기로 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 등으로 49억5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따라서 정씨 등이 비록 국민은행에서 불법인출한 돈으로 대금을 물었지만 이 사건만을 놓고 보면 이들은 2만8천평 사건의 피해자가 된다.<권영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