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회 학술대회 운영비리 명백 자정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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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얼마전 경주의 어느 호텔에서 개최된 한국정치학회의하계학술대회가 뜻 있는 분들의 빈축을 산 일이 있다. 이와 관련해 동학 회에 참가했던 양승함 아주대강사는 중앙일보7월11일자에 순수한학술대회의 근본취지를 언론이 왜곡보도 하였다며 해명 성 견해를 독자투고 형식을 빌려 밝힌바 있다.
다소의 견해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이견을 제기한다.
첫째, 그는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선거와 한국정치」인만큼 금년 대 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각 후보의 정견을 듣는다는 긍정적인 차원에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초청자가 오찬이나 만찬을 제공받은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실제로 각 후보들은 식사비용 이외에도 얼마간의「금일봉」을 지원하였음은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또한 선관위도7월1O일 이러한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으로 인정해 경고서한을 발송한바 있다.「준 자」가 경고를 받았다면「받은 자」의 행위는 과연 정당한가.
둘째, 그는 학술회의의 「초호화 판」보도를 지적하였는데 수천만원의 총 경비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며 무역적자해소 및 과소비배격운동이 한창인 지금 굳이 일류호텔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할 이유는 무엇이며 오찬·만찬이 없다고 해서 학술회의의 질이 저하되는 것도 아니며 학술회의의 지방분산화를 위해서라면 지방에는 호텔이 아닌 다른 적절한 회의장소가 과연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셋째, 그는 회의운영에 대해 언론이 독선적 해석을 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3당 후보를 초청해 그들의 정견을 듣는 것이 목적이라면 적어도 세 후보 모두에게 토론의 장을 마련해주는「형식」의 평등과 토론을 실제 행하는「내용」의 평등 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정한 회의운영의 상식이라 생각한다.
질문을「강제」혹은「조작」할 수 없지만 과연 2백50여명의 정치학회 회원은 3당 후보의 정견이나 지금의 정치적 현실에 대해 궁금한 점이 그렇게도 없는가.
넷째, 그는 어느 회원의 농담조「자리」부탁과「향응」요구에 대해 언론이 전체분위기를 무시한 채 매도하였다고 항변하였지만 정작「말」을 해야할 어느 정당후보와의 질의응답시간에는 침묵으로 일관하였을까. 동학 회에 참석한 어느 여성회원이 이를 보다못해 제지하였다고 하는데 학술대회가「자리」와 「향응」을 농하는 장소는 분명히 아닐 것이며 특정회원의「추태」로 보기에는 뒷맛이 개운하지 않으며 학자의 양식이 의심된다.
모름지기 선비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어서야 되겠으며 자기에게 불리한 보도라고 해 왜곡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아무튼 한국정치학회는 정치인과의 관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기 부탁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성숙한 학술단체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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