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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산책] 서울 청담동 '스페이스 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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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술이 발달해 웬만한 얼굴이면 예쁘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반면 화장기 없는 자연스러운 얼굴이 더 아름다운 것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화장품 회사가 여인네들의 장신구나 화장과 관련된 물건을 전시하기 위해 세운 건물의 키워드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면 우선 관심을 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있는 그대로의 얼굴처럼 자연스럽게 아름다워 보이는 모습이야말로 화장이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주로에 지난 10월 완공된 '코리아나 아트센타(스페이스 C)'를 설계한 기용건축의 정기용 대표는 설계 개념을 '있는 그대로 아름다움'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또 "주변과 어울리는 도시건축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이 1~2층인 주택가로 이어지는 위치에 7층 건물을 짓게 되는 만큼 주변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이스 C는 성공적이다. 우선 크게 튀지 않는다.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를 사용한 외관은 강남이라는 도시적 맥락에 무난하게 어울린다. 뒤편 주택가에서 바라볼 때는 콘크리트와 유리를 사용한 날렵한 기념탑처럼 느껴진다. 흔히 건물 앞면은 제대로 치장하면서 뒷면은 대충 마감하는 풍토와는 크게 다르다. 언주로를 지날 때 바라보이는 건물의 전면은 콘크리트와 유리의 조화 및 비례미가 뛰어나면서도 단정하고 겸손한 모습이다.

스페이스 C는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이다. 대지 1백74평, 한층 넓이는 97평, 지하 3층, 지상 7층이다. 지하 1.2층은 미술관, 지상 1.2.3.4층은 레스토랑 등 상업용 공간, 5.6.7층은 화장품 및 여성장신구를 전시하는 문화공간이다.

각 층의 넓이가 충분치 않다는 공간상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수직으로의 확장을 시도했다. 6.7층에 있는 전시공간은 복층형으로 두층이 트여 있다. 계단실.사무공간.상업공간도 2층과 3층, 4층과 5층이 이어지는 식으로 배치돼 공간의 재미를 느끼게 하면서 넓지 않은 공간이 시원하다. 지하에 위치한 미술관도 수직적인 변화를 통해 다양한 전시를 가능하도록 연출했다. 1층에서 7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실은 전면 유리로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어 움직임의 노출을 위한 전시물처럼 보여진다.

스페이스 C의 또 다른 특징은 조경과 건축이 어떻게 접목돼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점에 있다. 흔히 조경이라고 하면 마당이 충분한 공간에만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스페이스 C는 마당 한평 없는 도시의 빌딩이야말로 적극적인 조경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조경을 담당한 서안조경의 정영선 대표는 옥상정원뿐 아니라 건물 각 층의 계단실과 중정(中庭), 유리창과 벽이 만나는 부분 등 건물의 작은 틈새 부분마다 나무를 심고 돌다리를 놓는 등 구석 구석을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으로 살려냈다. 계단실.전시장 등 수직적인 이음새 부분에는 적절한 나무와 풀을 심어 공간이 실제 이상으로 연장되는 효과를 끌어냈다.

화장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이다. 화장품 관련 건축물인 스페이스 C는 내부는 어떻게 꼼꼼히 꾸며야 하며, 외부는 적절한 절제를 통해 주변과 어떻게 아름답게 조화될 수 있는지를 건축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글=신혜경 전문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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