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선수관리 허점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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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9O년 여름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국내체육계에 또다시 약물복용파동이 휘몰아칠 조짐을 보여 경종이 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들 중 1명에게서 일종의 근육강화 제인 스테로이드계통의 약물성분이 검출됐다는 점.
스테로이드란 지난88년 서울올림픽 때 약물파동으로 금메달이 박탈됐던 벤 존슨이 복용했던 악성 근육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규제한 2백여 종의 금지약물 중 인체에 가장 유해한 것.
남의 얘기로만 들어왔던 약물오염이 국내체육계에 본격 침투한 것은 서울올림픽 전후로 체육 및 의학계에서는 보고있다.
서울올림픽 도핑테스트에서도 수명의 국내선수가 양성반응을 나타냈으나 주최국이란 미명 하에 무사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경아시안게임 직전인 지난 90년8월 실시한 국내도핑테스트에서는 1차에 무려12명이나 양성반응을 보였다가 최종에는 여자역도선수 2명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으로 판정돼 2년 간의 출전정지처분을 받았었다.
일부 대표선수들 사이에서 약물이 인기를 끄는 것은 성적에 대한 유혹도 크지만 무엇보다 체육회의 선수관리부실과 일부 코치들의 몰상식 때문.
체육회는 예산부족과 인력난을 이유로 1년에 몇차례 형식적인 테스트에 그치고 있어 일부 종목의 약물복용소문이 무성한데도「불 구경」만 하고있는 실정. 선수1인당 도핑 검사 비는 12만원으로 대표선수 3백 명만 검사를 해도 3천6백 만원이라는 예산이 소요된다.
또 지도자들도 부인하고는 있지만 일부코치들은 무리하게 성적을 내기 위해 영양제라는 허울로 자신의 선수들에게 약물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도자자질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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