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임러에 넘어갔던 크라이슬러 다시 미국 회사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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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자동차 빅3의 하나인 크라이슬러의 주인이 독일계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에서 미국계 사모펀드인 서버러스 캐피털로 넘어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은 13일(현지시간)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이 크라이슬러의 최종 인수자로 서버러스를 선정, 이르면 14일 계약 내용을 발표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로써 독일로 넘어갔던 미국 3위 자동차 업체의 소유권이 다시 미국으로 넘어오게 됐다.

매각 금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WSJ는 "1998년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서 낸 360억 달러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수협상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던 직원 퇴직금과 의료보험료 관련 부채 180억 달러는 서버러스 측에서 안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크라이슬러 인수전에는 서버러스를 비롯, 캐나다 부품업체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블랙스톤 및 센터브리지 캐피탈이 만든 컨소시엄 등이 뛰어들었다.

다임러 그룹은 적자에 허덕이던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뒤 이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6억3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다임러 그룹은 올 2월 중순, 크라이슬러 매각 의향을 발표했다.

서버러스는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뒤에도 지금의 톰 라소다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서버러스 자문역으로 일해 온 울프강 베른하트 전 크라이슬러 최고운영자(COO)를 이사회 멤버로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버러스는 경영이 위태로운 기업을 인수한 뒤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경영을 정상화한 뒤 다시 팔아 상당한 이익을 남겨 왔다. 따라서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게 되면 대량 해고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은 이미 경영개선을 위해 크라이슬러에서 1만3000여 개의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크라이슬러 인수는 사전에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생산직 사원 등으로 이뤄진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서버러스의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UAW 간부들이 빅3의 임직원들과 마주 앉아 경영사정과 근로조건 등을 논의할 예정인 6월이 크라이슬러 인수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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