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해외칼럼

북한은 핵 포기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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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러나 북한은 이를 지키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행 시한을 한 달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스스로 새로 정한 그 기한마저 지나갔다.

북한과 미국은 2.13 합의에 따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양자 협상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북한을 테러 지원 국가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합의는 또 5만t의 중유 등 대북 에너지 지원을 명시했다. 이 또한 시작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자금이다. 북한은 미국의 금융 제재가 계속되는 한 먼저 행동을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금 동결이 풀린 지 한 달이 됐지만 평양은 아직 BDA에 맡겨 둔 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를 이유로 2.13 합의도 이행하지 않았다.

북한은 두 가지 이유로 이행을 미적거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기술적인 문제다. 합의 이행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북한은 약속을 지키는 데 두 달이 꼬박 걸린다. 미국이 60일 기한이 거의 끝나갈 때쯤 제재를 풀었기 때문에 북한도 새로운 두 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더 많은 시간을 허용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미국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이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을까. 적어도 한 달은 될 것이다. 6월 13일까지는 말이다.

둘째는 전략적 문제다. 평양은 핵무기에 대한 야망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시각의 분석가들은 북한이 2.13 합의 자체를 존중할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핵무기가 안보를 보장하기 때문에 북한은 핵 폐기 절차를 늦추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 한다는 것이다. 평양이 핵무기를 획득한 이상(물론 이는 아직 완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평양은 억지책으로 핵 능력을 보이고 싶어 한다. 중유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핵무기나 국가 안보와는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국제관계 이론은 확실한 위협이나 정권교체 없이는 핵무기 보유 국가가 이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본다.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아르헨티나.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벨로루시는 모두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핵무기나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한국과 대만은 미국과의 동맹이 깨질까 봐 핵개발을 포기했다. 그런 두려움은 확실한 위협이 된다. 리비아는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설까 봐 핵 프로그램에서 손을 뗐다. 부시가 이라크를 선제 공격한 뒤 리비아는 공포를 느꼈다. 북한은 과연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가까운 미래에 김정일 정권이 교체될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도 작다. 미국은 국제법과 지역의 특수성, 특히 1961년 이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깨지지 않은 중국-북한 동맹을 신경 써야 한다. 핵무기가 사용됐을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서울의 입장, 무엇보다 미국이 핵 보유 국가와 전쟁을 벌일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역사를 만들 수 있다. 핵무기 보유 국가가 정권교체나 확실한 위협 없이도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현실주의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역사를 환영한다.

선딩리 중국 푸단대 미국학연구소장
정리=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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