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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전주 숨어 시중자금 경색/금융권에 번지는 땅사기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생보사 신뢰 추락 신규가입 급감/주가급락… 근거없는 부도설 난무
정보사땅 사기사건이 확산되면서 그 파장이 점차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그전부터 이미 활기를 잃어가던 사채시장은 이번 일로 거액전주들이 잠적,자금경색현상이 나타나는 등 금융계 전반이 사건추이를 관망하며 몸을 사리고 있다.
증시에도 나쁜 소문이 끊이지 않아 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검찰 및 은행감독원의 자금추적조사가 관련 금융기관에 국한돼 진행되고 있으나 금융계는 생리상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을 잉태한 요인으로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자금유치경쟁과 거액출처는 묻지 않는다는 금융계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각 은행들은 몸조심하는 모습이 역력.
최근 은행들은 부도사태로 가뜩이나 대출을 꺼려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곳이 사채시장이다. 국민은행 정덕현대리가 동생 정영진씨와 함께 사채업자들과 맞닿아 있었던 흔적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그에 따라 수사의 손길이 사채시장에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단들은 땅대금으로 받은 돈으로 사채시장에서 초단기로 돈놀이를 했으며 제일생명 어음 2백억원을 거물사채업자를 끼고 4개 상호신용금고에서 할인받았던 것.
은행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수표 추적조사가 진행되면서 사채시장 자금공급이 급격히 줄어 요즘 서울 명동의 경우 하루 평균거래액이 20억원(종전 1백억원 상회)도 안되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생명보험업계도 제일생명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여파로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동안 급속성장을 계속해온 업계는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주춤해 고민해오던차에 이번 사건까지 터져 신뢰도 추락과 함께 신규가입이 급격히 줄어 울상.
해약은 그다지 늘지 않고 있으나 신규가입은 영업소에 따라 20% 이상 줄어든 경우도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는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험사 보유부동산에 대한 당국의 감독이 한결 강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불안해하고 있다.
단자업계는 조양상선그룹의 자금사정이 좋고 전체차입금이 2백억원밖에 안되는데다 사건발생이후 신규여신 신청도 없어 신규여신중단을 검토한 적이 없고 만기도래어음도 연장해줄 방침.
○…이번 사건은 6일부터 증시를 강타해 나흘동안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22.34포인트나 하락,주가를 87년말 수준으로 끌어내리는데 주요원인이 됐다. 사직 및 금융당국의 조사여파로 사채시장이 위축됐으며,이는 중소기업의 자금악화설,증시에서의 큰 손 이탈로 이어져 투자심리를 급냉시켰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또 제일생명측이 보험해약사태 등으로 인해 자금난에 몰린 나머지 갖고 있는 유가증권(주식 2천9백억원,채권 4천8백억원어치 보유)을 대량으로 시장에 내다 팔 경우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증시에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보사 토지사기사건의 와중에서 몇몇 기업의 근거없는 부도설까지 나돌고 있는데 때아닌 부도설에 가장 곤욕을 치르고 있는 기업은 가전업체인 신일산업.
거래도 없는 하나은행에서 부도가 났다는 등의 황당한 소문에 시달리고 있는 신일산업은 증시공시 등을 해도 소문이 가라앉지 않자 10일 경영실적을 공개했는데,간판상품인 선풍기의 경우 올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판매실적인 1백만대의 매출실적을 올리는 등 올들어 내수는 3%,수출은 11%의 신장세를 타고 있고 외부차입금도 올 3월말 현재 1년전보다 1천억원이상 줄어들었다고 공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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