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남광현<순천향대의대 외래교수·신경정신과>심인성 통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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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0대 초반 가정주부가 남편과 함께 병원에 와『얼마 전부터 가슴과 오른쪽팔다리에 심한 근육통과 저린 느낌이 있어 왔다』고 호소했다. 그동안 내과·정형외과·신경외과메 가 정밀신체검사를 받았으나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환자와의 문진을통해 재수생아들의 대학입시로 걱정하고 있으며, 남편 모르게 시작한 친구와의 금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심인성통증으로 진단하고 의사-환자간의 관계성립에 유의하면서 증상을 이해해 주는 태도, 정신요법과 함께 약물투여를 시작했다.
이 환자는 3주가량 병원에 오더니 진단을 의심해서인지 다른 의사를 찾아 새로 검사를 받는 등 방황하다가 약6개월이 지난 후에야 통증이 심리적 원인에 의해 생긴 것을 믿고 치료를 받았다.
이처럼 심인성통증은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오며 해부학적 상관관계와 증상이 맞지 않는다.
원인으로는 어린 시절 벌을 받을 때의 아픔을 느낀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다시 나타나는 것을 들 수 있으며 죄의식과 결부된다. 두 번째 원인으로 관심을 끌려는(사랑 받으려는)무의식적 시도를 들 수 있다. 즉 어릴 때 병을 앓거나 통증을 호소하면 부모들이 무조건 관심을 기울이던(사랑해 주던)상황과 결부돼 아픔과 사랑 받던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이 미묘한 상호관계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또 자신을 성찰하는 자아기능의 결함에도 원인이 있다.
이런 증세는 여성에게 많으며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다.
이런 환자에게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고무·격려해주는 지지 적 정신요법이 필요하며 환자-의사의 관계성립이 가장 중요하다. 방황하지 않고 한 의사에게 계속 치료를 받도록 해야한다. 또 환자의 성장배경과 현재의 환경여건이 통증과 관련이 있음을 이해시켜주어야 한다. 이 환자에게 훼노다이아진 계통의 약물과 함께 항 우울 제를 병용 투여해 증세가 많이 좋아졌다. 이런 증세는 의사들이 임상에서 많이 부닥치는 사례이나 자칫 심인성임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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