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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출산|"둘도 많다"한 자녀 보편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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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기2000년 7월8일 오전1시30분 W병원 분만실.
『예쁜 공주 님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상냥한 간호사의 말소리에C부인(27)은 감고있던 눈을 살포시 뗬다. 신생아의 모습은 자못 신기했다. C부인은 신생아의 피부가 하얗다못해 푸른빛이 난다고 생각하면서 어느 사이엔 가 갓난애의 발가락 수를 세고 있는 자신을 의식하곤 엷은 미소를 떠올렸다.
산욕기간인 6주까지는 병원에서 완벽하게 몸조리를 하도록 돼있어 집안일에 신경 쓰지 않고 푹 쉴 수 있다.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만 제외하고는 기저귀 갈기며 목욕시키기 등 일체를 돌보아준다. BCG나 간염을 비롯한 예방 접종도 병원에서 다 알아서 해준다. 뿐만 아니라 남편도 1주일의 출산휴가를 얻어 자신이 병원에 있는 동안 혼자 살아가는데 불편이 없도록 만반의 채비를 갖출 수 있고, 자주 병원에 들러 아기를 대하며 아빠로서의 마음가짐을 차곡차곡 다져갈 수 있다.
C부인은 이제야말로 사람이제대로 사람대접을 받으며 살아가는 세상이 됐다고 느꼈다.C부인은 출산을 한 뒤에도 병원에서 사흘을 채 못 채우고 퇴원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식구들의 밥을 해대느라 골병이 들었다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2000년대 격상된 여성의 지위를 실감케 하는 바로미터는「모성보호」가 될 것으로 관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통계청의 추계에 따르면 2000년에는 가임 여성이 출산하는 자녀의 수는 1인당 1.63명 수준. 이 같은 합계 출산력은 2021년까지도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합계 출산 력은 1960년 6.0명에서70년4.5명, 80년2.7명, 85년1.7명 등으로 계속 줄어 들어왔다. 지단 9O년 합계 출산 력은 1.63명을 기록, 같은 해 세계평균 3.37명을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선진국의 1.90명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구학자인 윤세원 박사는 통일이 되지 않은것을 전제로 할 때 남한의 인구가 6천만에 도달하게 되는 것을 한계인구로 보고있다. 통계정의 추계는 2021년의 총인구를 5천58만6천명으로 잡고 있다. 윤 박사는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때문에 계속해서 강력한 인구억제정책을 쓸 수밖에 없으며 0.5%의 인구증가율로 셈해서도 2065년이면 한계인구인 6천만에 이를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2000년대에는 한 자녀를 둔 가정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대한 가족계획협회 윤점수 홍보과장은 말한다. 아예 자녀를 갖지 않은 채 부부가 모두 직업을 가지고 활동함으로써 소득 수준만 높이는 이른바 DINK족(Double In come No Kids)들도 상당수 출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많은 자녀를 원치 않는 사회풍조로 인해 단 한번의 임신으로「완전무결한」자녀를 낳으려는 욕구는 극대화된다.
박정은 박사(한국여성개발원수석연구원·보건 학)는『가장 건강한 정자와 가장 건강한 난자의 결합을 추구하는 것이 2000년대 자녀출산의 핵심』이라고 내다본다. 따라서 92년 현재의 사고로는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지는 일들-· 예컨대 우수한 사람의 정자와 난자를 모아두는 전재 정자은행이나 난자은행이 우리나라에서도 생겨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전망한다. 또 체외수정 후 태아의 자궁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여성의 몸을 통해 아이를 출산하는 한 대리모의 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심지어 미국의 프리호다 박사는『미래의 50년』를 통해 2029년의 세계를「새로 태어나는 아기의 16%가 시험관 아기이며, 그중 반 정도는 대리모의 자궁에서 자라난다」고 까지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실에서 정자를 분리할 수 있게 돼 장차 태어날 아기의 성을 미리 결정지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박 박사는 2000년대에는 혈연의식이 점차 약화돼 가장 우수한 자녀를 뽑아 내가 가지는 것으로 자녀관이 변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므로 건강한 정자와 난자를 지켜나가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사회적·개인적 차원에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최근 2000년을 향한 인구정책의 방향으로 ▲인구성장 안정화유도와 함께 ▲인구자질 향상 책과 ▲가정복지 향상 ▲피임보급의 질적 향상 및 보급체계 개선을 들고나선 것은 이의 한 신호가 되고 있다. 가족계획협회는 특히 영유아 사망률 저하를 위해 임신 전 단계에서부터 출산이후의 모성 및 영유아관리까지를 도맡는 한편 선·후천적 요인에 의해 심신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적 및 사회적 여건을 예방 관리해 나가는 것을 인구자질 향상 책으로 꼽고있다.
2000년대에는 건강한 후손문제가 사회공동의 관심사가 되며 사춘기 이전부터 건강한 정자와 난자의 보호를 위해 약물중독·성교육·미혼모예방 등 사회적인 대책이 다양하게 마련된다.
2000년대는「남성이 피임하는 시대」로 전환된다.
『여성백서』에 따르면 피임실천 율이20%에 불과했던 1966년 피임실천자의 75%가 여성이었으며 남성은 27.5%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피임실천 율이 77.1%로 대폭 늘어난88년에도 여성이 이의 72.5%, 남성은 27.5%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영구피임이나 일시피임에 관계없이 여성의 실천 율이 남성보다 높아「여성피임시대」였음을 입증하고 있다(영구피임=여성37.2%, 남성11.0%,일시피임=여성18.7%, 남성10.2%).
그러나「모성보호」가 강조되는 2000년에는 여성이 사용하는 피임법의 개발은 억제될 것이라고 박 박사는 내다본다. 여성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것은 여성의 몸에 이상을 초래하기 쉬우며 이는 건강한 난자의 생성· 태아의 건전한 발육을 해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완전무결한 자녀」를 얻으려는 욕구는 태교 학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켜 대대적인 붐을 조성하게 된다. 자녀를 갖기로 가족계획을 세운 주부들은 사회교육기관을 찾아가 태교를 익히며, 취업여성들은 폐쇄회로로 연결된 멀티비전을 통해 이를 익힌다.
직장에 나가는 취업여성들의 경우 임신을 하게 되면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회사가 배려하는 의무조항이 법으로 마련되기도 한다.
임신부는 누구나 모자보건센터에서 의무적으로 매월 출산을 위한 진단을 받는다. 모자보건센터는 임신생리나 분만예정일 계산은 물론 임신부의 심리상담도 하고 필요할 경우 임신부의 가정을 방문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인가를 점검, 부족한 부분은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완벽한 출산준비를 해준다.
출산을 위한 병원에서의 입원 기간은 6주로 대폭 늘어나며 취업여성들의 출산휴가는 산전6주, 산후3개월로 지금보다 2개월 이상 늘어난다. 이 기간동안 봉급이 지급되는 것은 물론인데 이는 회사가 출산보험에 미리 가입하도록 의무화 돼있어 보험회사로부터 지급 받는 것이다.
또 남편도 1주일간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어 출산으로 인한 가정의 어려움은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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