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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6공 최대의혹” 전면공세/「정보사 땅사기」정치쟁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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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 “TK실세 교체과정 암투 드러난 것”/청와대선 “단순사기 배후없다” 일단 안도
민주·국민당은 정보사땅 사기사건에 연일 새로운 의혹이 쏟아지자 당초의 신중한 대응자세에서 선회해 의혹설을 확대·재생산하면서 당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이에 반해 청와대와 민자당측은 검찰수사를 독려하면서 단순 사기사건으로 몰아 정치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쏟으면서 야당에 대해서는 국회에 들어와 이 문제를 따지자고 역공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사건에 「영향력있는 배후」가 있을 것으로 단정하고 배후실체를 추적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뚜렷한 윤곽파악은 되지 않고 있는 것 같으나 민주당은 일단 TK세력내의 암투가 표면화된 것으로 몰아가는 인상이다.
보안사령관출신 강창성의원은 『국방장관이 안판다고 공언한 땅이 사기계약된데는 계약과정에서 배후의 누군가가 확인해준 것』이라고 했고,국세청차장 출신 장재식정책의장은 『재계인사를 만나보니 배후가 있다는 감을 얘기하면서도 밝히기를 꺼린다』고 주장.
교보 부사장출신 박태영의원은 『사옥건축처럼 수천억원의 사업을 진행하는데 한은총재 출신 하영기 제일생명 사장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대중대표에게 전달되는 각종 「첩보」중 주목되는 것은 이 사건이 단순 거액사기가 아니라 거액성사단계에서 「뜻밖의 사정」으로 일이 뒤틀려 부정특혜 거래의혹이 폭로된 것이라는 점이다.
군출신 모의원은 『고위층 측근이 직접관계했다가 계약단계에서 뭔가 그들끼리 알력이 있어 말썽이 빚어졌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권력내부의 「이권 파워게임」으로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이전의 실세」와 한 계약이 권력이동기에 「신실세그룹」이 개입해 계약이 엉망진창되면서 폭로됐다는 얘기다. 강창성의원은 『신구 TK실력자들간의 역학관계에 따른 최종적 알력이 표면화된 것』이라며 군내부문제 보다는 정치권의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그같은 첩보와 분석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듯 『이 사건에 정계 고위층이 관련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직격탄을 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어린애도 아닌데 토지매매와 감정의 전문기관인 보험회사와 은행이 허술하게 계약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
김 대표는 사건공개 초반 대군관계를 의식해 유연한 자세를 취하다가 정치자금조달 의혹,특히 「권력갈등」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첩보」가 쏟아지자 「6공 최대 의혹사건」으로 규정하고 전면공세로 선회했다.
민주당은 8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사건 규명에 당력을 모으기로 다짐하고 진상조사단을 구성했으나 정부당국이 벌써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고 의심했다.
김 대표는 김영호씨의 월북기도에 언급,『보안법위반이 성립되는데도 이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니 배후를 감추는 대가인 것 같으며 조작수사가 진행되는 의혹이 간다』고 지적했다.
○…국민당은 8일 의원총회에서 정보사 토지사기사건을 6공 최대의 사기사건으로 규정하고 특별조사위를 만드는 등 거당적으로 대처키로 했다.
국민당의 이같은 결정은 7일 정주영대표의 『당내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도 접근이 잘 안된다』는 유보적 입장에서 하루만에 적극적 자세로 선회한 것이어서 정보입수에 뛰어난 국민당측이 모종의 믿을만한 첩보를 입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정보사땅 사건직후 한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청와대는 그동안의 자체조사결과 어떤 확신을 갖게 됐는지 7일이후부터는 『정치적 배후는 없다』며 느긋한 분위기.
그러나 의혹투성이의 이 사건이 근거없는 유언비어를 만들어내고 야당의 정치공세로 민심을 뒤숭숭하게 할지 모르며 그런 전개는 결국 여권에 큰 짐이 된다는 점에서 검찰에 조속한 시일내에 사건을 규명토록 독려.
노태우대통령은 7일 김유후사정수석으로부터 이번 사건의 개요와 수사방향 등에 대한 종합보고를 받았는데 김 수석은 이번 사건 자체에 정치적 시비가 생길 소지는 없는 것으로 분석,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영호씨와 관련된 군과 육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뒷얘기가 꼬리를 물자 별도의 대책을 강구중. 이 때문에 사건을 담당하는 사정수석실보다 대통령의 이미지와 여론·민심동향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더 바쁜 눈치다.<김현일·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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