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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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며칠전 대학교 2학년생인조카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아르바이트가 그 여행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새로운 문화, 새로운 세계는 그를 얼마나 벅차게 할것인가 좋은 때 좋은 시잘이란 생각이 든다.
고등학생인 아들녀석은 조카를 몹시 부러워했다. 방학동안에도 학교에 나가 보충수업을 받아야하니 처지가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조카가 부럽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방학할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장마철. 올 여름도 또 한차례 물난리가 날지,아니면 찜통같은 더위에 밤잠 설칠지 걱정이다.
유럽여행은 고사하고 어디론가 가볍게 떠날 엄두를 내는 것도 사실은 쉽지 않다.
주차장같은 고속도로, 노천목욕탕과도 흡사한 해수욕장, 올 여름도 또『차라리 집에 있는게 낫지』일성 싶다.
그러나 아쉬움이란….
신선한 탈출같은 젊은 날의 배낭여행. 중년 세대인들그 탈츨이 어찌 예사로울수있을 것인가. 나이가 든다는것의 슬쓸함도 따지고 보면이 신선함과의 멀어짐으로부터 오는 것이리라.
여름철에 눅눅해지는 것은우기에 말리기 힘든 빨래들만은 아닐 것이다. 현실과 과거의 세계속으로 침잠하는우리들 중년의 나날들…. 집과일터만을오가며 어쩔수없이 조그만 테두리속에 갇힌다.
젊은 조카처럼 새로운 세계로 훌썩 떠나갈 수는 없는일일까. 한번도 가보지 못한낯선 세계. 미지의 인물들과의 만남은 여전히 우리를 새롭게 할 터인데….
올 여름도 여느 해처럼 책이나 읽으며 지내야 할듯 싶다. 여행만큼 신이 날수는없겠지만적어도집 나서서겪게 될 고생은 모면할 수있을테니까 말이다. 또한 독서실에서 땀 흘리는 고등학생 아들녀석도 생각해줘야하고.

<필자가 바뀝니다>
금주부터 여성광장 필자가 바뀝니다. 앞으로 4개월간은▲김향숙(41·소설가)▲김희(49·패선 디자이너)▲신태희(56·서울시 가정복지국장)▲간자나 프라솝넷(38·태국추라롱콘대장사·서울대 어학연구소 연수)씨가 맡아주시기로 했습니다. 지난번 좋은 글을 주신 신수정·이재희·이사라씨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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