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하이만서 충돌·침몰 … 골든로즈호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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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중국 다롄 남동쪽 38해리(1해리는 약 1.8㎞) 보하이(渤海) 해역. 짙은 안개와 파도가 몰아치는 칠흑 같은 해상에서 코일 5900t을 싣고 다롄항을 출항해 충남 당진항으로 향하던 한국의 골든로즈호(3849t.부광해운 소속)와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金盛.4822t)호가 충돌했다. 한국 화물선은 곧바로 침몰하고, 선원 16명(한국인 7명, 미얀마인 8명, 인도네시아인 1명)은 모두 실종됐다.

뱃머리만 조금 부서진 중국 컨테이너선은 다롄항에 입항해 사고 발생 7시간40분이 지난 오전 11시40분에야 중국 옌타이 해사국에 충돌 사실을 신고했다. 중국 측은 12일 오후 4시부터 수색에 나섰지만 13일 오후까지 사고 선박의 구명벌(보트식 탈출기) 2대만 건졌을 뿐 선원은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해경은 12일 오후 우리 함정의 구조작업 투입을 중국 당국에 요청했지만 군사상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 남은 의문점=우선 사고 신고가 왜 그렇게 늦었으며, 사고 당시 적절한 구조 활동이 펼쳐졌느냐는 점이다. 진성호가 늑장 신고를 하는 바람에 중국 측의 구조 활동도 12시간이 지난 12일 오후 4시를 넘어 시작됐다. 이 때문에 진성호가 조난 선원 구조 임무를 다했는지 의문이 제기돼 해경은 중국 당국에 이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해난안전협약(SOLAS)이나 유엔 해양법은 충돌을 일으킨 선박이나 조난 신호를 접한 선박은 구조 활동을 펴도록 돼 있으며, 이를 위반한 선박은 해당 국가가 처벌토록 돼 있다.

또 침몰한 골든로즈호에는 항공기의 블랙박스 같은 비상 위치 지시기(EPIRD)가 탑재돼 있어 침수되면 자동적으로 선체에서 이탈돼 수일간 조난 신호를 보내도록 돼 있다. 또 조타실에는 구조를 요청하는 무선 통신장치가 있지만 이 역시 전혀 수신되지 않았다.

충돌 선박 간의 규모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피해 정도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도 의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상대 선박의 측면을 뱃머리로 충돌할 경우 피해 선박이 기울어지면서 가해 선박이 피해 선박을 타고 넘어가는 해난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거운 코일을 가득 실은 골든로즈호의 경우 롤링 등 외부 충격이 가해질 경우 선체가 쉽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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