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불균형 막는 3총사, 칭찬·운동·절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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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14면

“운동은 하는데 살이 유들유들해지고 젖가슴이 처져요. 허리는 들어가지 않고….”

100세 청년을 꿈꾼다 ⑨ 호르몬 관리

“모임에 갈 때 아내가 없으면 불안해요. 같이 가자고 졸라도 아내가 심드렁하면 괜스레 짜증이 나고요. 늘 대범해지자고 되뇌는데도 말이 많아지고 작은 일에도 상처받아요.”

중장년 남성 중에는 문득 이런 자신을 발견하고 위축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울가망할 일이 아니다. 성(性)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 남녀 모두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을 갖고 있는데 남성은 40대 이후 여성호르몬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렇게 변하기 십상이다.

성호르몬의 변화를 알고 심신을 이 흐름에 연착륙시키면 싱싱한 노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뜨고 있는 연령관리의학(Age-management Medicine)을 전공하는 의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 자신의 성호르몬을 알라(Know Thy Sex-hormone).”

변화를 인정하면 덜 늙는다

남성호르몬은 뼈와 근육 형성, 성욕 등과 관련이 있으며 여성호르몬은 뼈의 밀도 향상과 혈압 조정 등의 역할을 한다. ‘옹녀’는 남성호르몬이 많은 여성이다.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떨어지는 여성과 달리 남성에게 남성호르몬은 20대 이후 서서히 줄어든다. 여성호르몬(Estrogen)과 남성호르몬(Testosterone)의 비율(E2-T 비율)이 바뀌면서 40대부터 여성적인 면이 나타나고 신체도 시나브로 여성화한다. 50대 이후 많은 남성은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거나 감성적으로 변하지만 여성은 웬만한 일에는 대범한 태도를 보인다.

남성의 이런 변화는 자칫하면 신체 노화의 도화선이 된다. 짜증이나 상처가 계속되면 인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늘어난다. 진화에 맞춰진 신체는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전투 또는 회피(Fight or Flight)’의 반응이 나와 글루카곤이 간과 근육에서 에너지를 꺼내 쓰고, 이후 영양을 보충한 뒤 인슐린이 다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저장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그러나 책상머리에 있거나 나이가 들면서 대사가 활발하지 못하면 전투 또는 회피 반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인슐린과 글루카곤이 ‘비숙련 상태’로 빠진다. 이에 따라 영양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해 복부비만이 재촉되고 노화가 가속화된다.

중년 이후 남성은 성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스트레스 거리가 많아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명상과 취미생활, 운동 등으로 감정을 다스리기만 해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

호르몬의 악순환 유의

E2-T 비율 변화는 인체의 200여 가지 다른 호르몬의 노화도 촉진한다. 이들 호르몬은 사슬처럼 얽혀 있는 상태에서 서로 신호를 교환하며 인체를 작동시키는 ‘일꾼’과도 같다. 인체의 노화에 따라 기력이 빠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E2-T 비율의 변화는 이 속도를 가속화한다.

예를 들어 남성호르몬이 줄어 근육이 감소하면 인슐린이 포도당을 근육에 제대로 저장할 수 없게 된다. 인슐린 분비 시스템에 신호가 오게 된다. 또 간이 포도당을 저장하려고 하다가 또 다른 업무인 여성호르몬 제거 업무에 태만하게 되고 남성호르몬의 비율이 더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E2-T 비율 변화는 성장호르몬과 갑상샘호르몬 분비 감소도 재촉해 전체 호르몬이 노화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과음이 남성호르몬 감소 주범

운동과 절주, 칭찬이 E2-T 비율의 급격한 변화를 늦추는 보약이다. 남성호르몬은 지방조직에 풍부한 아로마타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여성호르몬으로 바뀌는데 운동으로 지방을 태우면 여성호르몬의 비율이 낮아지게 마련. 또 인슐린을 비롯한 다른 호르몬의 기능이 좋아져 ‘호르몬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음을 하면 알코올이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라이디히세포들을 ‘몰사’시키며 피로한 간이 여성호르몬을 제거하지 못해 여성호르몬의 비율이 높아진다. 주당(酒黨)의 가슴이 처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주망태들은 술자리에서는 호탕하지만 술이 없으면 상처를 더 잘 받기 십상이다.

양창순 신경정신과 원장은 “중년 이상에게서 부부 스트레스를 줄이는 지름길은 배우자에게 칭찬을 많이 하고 비난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호르몬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각종 호르몬이 제대로 활동하도록 돕는 적절한 영양소가 필수”라면서 “평소 저지방 우유, 생선ㆍ해산물ㆍ채소를 자주 섭취하고 물을 자주 마시며 영양제를 복용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르몬 불균형이 전립샘비대증 초래

남녀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오는 대표적인 장애가 전립샘비대증이다. 60대의 60%, 80대의 90%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전립샘비대증이 생기면 화장실에서 소변과 끙끙 씨름을 하며 옆사람 눈치를 보느라 자신감을 잃게 마련.

전립샘은 방광 바로 아래에서 요로를 둘러싸고 있는 장기로 밤톨 모양에 크기도 그만하다고 해서 대한해부학회에서는 밤톨샘이라고 부른다. 전립샘은 정액 성분의 20~30%를 차지하는, 밤꽃 냄새의 전립샘액을 만든다.

전립샘은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비율 변화에 따라 비대해져 주로 35세부터 커지며 40대 이후에는 소변이 나오는 길을 압박한다. 전립샘비대증을 방치하면 갑자기 오줌보가 막혀 소변을 못 보게 되며 오줌보ㆍ콩팥 등의 기능이 손상돼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증세가 가벼우면 술과 카페인 음료의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배뇨습관을 들이면서 감기약ㆍ신경안정제 등의 복용을 삼가며 변화를 관찰한다. 증세가 좀 더 악화되면 교감신경차단제나 호르몬차단제를 복용한다.

아주 심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은 요도에 내시경을 넣어 전기로 부은 부위를 잘라내는 ‘경요도 절제술’이 보편적이며 더러 항문을 통해 기구를 넣는 방법과 개복수술 등을 한다. 요즘에는 온열치료ㆍ레이저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나왔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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