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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강이 말하는 ‘내가 감동한 영화ㆍ애니메이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호 11면

사진 신인섭 기자

‘빈 집’
(2004, 감독 김기덕, 출연 재희ㆍ이승연)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좋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올라선 체중계가 0이 되는 것은 인상적이다. 영화가 끝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젊었을 때는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이 세상의 리얼리티가 점점 희미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환상이나 귀신도 우리가 꿈꾸고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런 것들을 믿으면서 우리는 현실을 조작하게 되는 게 아닐까.

‘엘리펀트’
(2003,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알렉스 프로스트ㆍ에릭 두런)
엔딩 부분만 돌려가면서 세 번을 넘게 봤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시니컬하게 다루면서도, 영화 전체에 에너지가 가득하다. 억눌려 있다가 총으로 친구들을 쏴 죽이는 소년들은, 총을 휘두르면서도 뭔가에 계속 억눌려 있다. 그리고 그들을 다른 시선으로 계속 쫓아가면서 바라본다. 그들은 현실에서 도망치려 했고, 그것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통해서는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1979, 감독 유리 놀스타인)
옛 소련의 유리 놀스타인이 만든 애니메이션들은 어떤 장면에서도 프레임이 멈추면 그대로 뛰어난 예술작품이 된다. 의심의 여지 없이, 하나의 미술품으로서도 완벽하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애매모호한 이야기가 마치 꿈처럼 이어져간다. 영화에서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스토리는 없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 나면 그 안에서 메시지를 느끼게 된다. 우리의 본성에 대해 알게 된다. 스토리가 없지만, 그 애매모호함 속에서 메시지를 찾아내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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