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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도시 프로젝트 ‘송도 비즈피아’

중앙일보

입력

▶송도국제도시 조감도.

■ 인천 송도매립지 1611만 평 ‘백지’ 위에 새롭게 그리는 ‘동북아 비즈니스 심장’ ■ 외국 기업에 제시할 인센티브 적어…과감히 세금 없애는 ‘규제 파괴’가 살 길 ■ 3시30분 안에 도착 100만 이상 도시 51개…교육·의료 등 ‘삶의 질’로 특화 ■ 국내 기업 못 들어가는 희한한 ‘규제구역’…한국 ‘생존 프로젝트’로 인식해야이코노미스트 인천 송도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광활한 매립지에 동북아 비즈니스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사람은 송도가 대한민국의 신천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151층짜리 마천루는 세계를 내려다볼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꿈이 실현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외국 투자자를 유혹할 메리트가 적다. 반면 규제는 첩첩산중이다. 경제자유구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2020년 송도는 세계 최강의 비즈피아가 될 것인가. 이코노미스트가 심층취재했다.


2005년 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포스코건설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 포스코건설과 미국의 부동산 개발 회사인 게일인터내셔널이 주도하는 송도국제도시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다. 브리핑이 끝나자 지긋하게 눈을 감고 있던 박 명예회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송도)야말로 한국의 미래다!” 박 명예회장은 약간 흥분한 듯 보였다. 1960~70년대 ‘영일만의 기적’을 일궈낸 주인공이 바로 박태준 아닌가. 현장사무소에 ‘롬멜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래 섞인 밥을 먹어가며 제철 입국의 의지를 불태우던, 그래서 어지간한 대형 프로젝트는 콧방귀도 안 뀔 그에게도 송도는 ‘흥분되는 땅’이었던 것일까. 올해 초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이 세배 차 박 명예회장을 방문했을 때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 자나 깨나 경제 걱정인 그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한국을 먹여 살릴)남아 있는 성장 동력이 뭔지 알아? 송도야, 송도. 그 불을 꺼뜨리지 마라.” 박태준을 흥분시킨 땅 한국의 철강왕을 흥분시킨 송도는 어떤 곳인가. 90년대 중반부터 조성되고 있는 인천광역시 송도 매립지를 기반으로 한 송도국제도시는 일단 ‘넓다’. 이곳에서 바이오 제약 회사인 셀트리온을 경영하는 서정진 사장이 자기 회사를 찾지 못해 20여 분 동안 황량한 갯벌에서 헤맸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다. 전체 11개 공구 가운데 지금까지 매립이 진행된 곳만 385만 평(1~4공구). 2020년까지 1611만 평이 개발된다. 그러나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확장하면 이 잠재력의 땅은 훨씬 넓어진다. 인근의 영종(4184만 평)·청라(538만 평) 지구를 합쳐 6333만 평(209㎢)이 2003년 8월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게일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이 70대 30으로 합작한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는 1~4공구 내 국제업무단지(173만 평)를 조성한다. 국제업무단지는 동북아트레이드타워, 컨벤션센터, 중앙공원, 국제학교와 의료원이 들어서는 송도국제도시의 ‘심장’ 같은 곳이다. 그 앞으로 송도와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12㎞짜리 바닷길(인천대교)이 열리고 있다. 이 거대한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은 착착 진행 중이다. 선선한 바닷바람을 가르는 타워크레인의 굉음이 이를 대변한다. 지난해 3월 착공한 송도국제학교가 내년 8~9월께 문을 연다.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 65층 높이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는 2010년께 완공된다. 국제회의, 박람회 등을 담당할 국제컨벤션센터는 내년 4월 완공이 목표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40%가량. 가로 178m, 세로 157m의 거대한 구조물이 기둥 하나 없는 ‘무주(無柱) 공법’으로 건설되고 있다. 노형기 포스코건설 그룹장의 말대로 ‘살아 있는 건설 교과서’다. 컨벤션센터 바로 옆에서는 주상복합 아파트 ‘더샵퍼스트월드’ 4개 동이 건설 중이다. 현장사무소의 정종욱 공무팀장은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 최고급 장비를 운전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의 말은 허풍이 아니다. 64층 높이의 이 주상복합은 사흘에 한 층씩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것도 아직은 약과다. 포트먼홀딩스와 삼성물산, 현대건설이 합작해 조만간 첫삽을 뜨게 될 151층 규모의 인천타워(550m)가 송도국제도시의 상징 건축물(랜드마크)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버즈 두바이’(700m) 다음가는 세계 두 번째 마천루. 안상수 인천광역시장은 “뉴욕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손님을 마중 나오듯이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인천타워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송도는 사람 살기 팍팍한 곳이 아니다. 녹지 면적이 40%, 바닷물을 끌어와 강을 만들고 그 위에 수상택시를 띄운다. 첨단기술이 숨 쉬면서도 ‘녹색’ 환경이 조화롭게 바탕에 깔린다. 이 모두가 ‘백지’ 위에 건설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존 하인즈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대표는 “송도국제도시야말로 이제껏 없었던 세계 최대, 세계 최강 도시 개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인천 전체 면적의 5분의 1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인천에는 ‘미래가 걸린 일’이다. 아니, 박 명예회장의 말대로 한국의 미래가 걸린 프로젝트다. 하루가 다르게 ‘동북아의 진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알고 보면 송도는 인천의 ‘천덕꾸러기’였다.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외환위기가 닥쳤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외국 자본 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특정한 지역에 자유롭게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이되 쉽게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특혜를 베풀어주는 특별한 장소가 바람직하다”⇒“영어 구사가 자유로운 병원, 학교까지 완벽한 정주 여건을 갖춰야 한다”⇒“외국에는 어떤 사례가 있나”하는 사례 연구 끝에 찾아낸 것이 경제자유구역이다. 2003년 8월 송도를 포함한 영종·청라지구가, 부산·진해가, 광양 일대가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동북아 금융 허브를 주창하는 김기환 서울파이낸스포럼 회장의 얘기는 이렇다. “수출 주도형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는 90년대 들어 한계를 절감했다. 그래서 새롭게 제시된 성장 엔진이 ‘동북아 허브 전략’이다. 중국의 부상이 한국의 ‘생존 키워드’다. 동북아 허브 전략의 요체는 ‘개방’이다. 개방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보니 일부라도 개방하자는 ‘고육지책’이 경제자유구역 정책이고, 송도 매립지가 그 ‘기회의 땅’이 된 것이다. 기회의 땅이면서 생존 키워드인 것이다.” 인천은 일단 입지 조건이 세계 최강이다. 비행시간 1시간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가 51개다. 자동차로 1시간30분이면 서울에 닿는다. 수도권에만 2000만 인구가 배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다 경기 북부의 제조 벨트, 최대 2000만 평으로 조성되는 개성공단의 노동력이 합쳐지면 그 시너지는 상상 초월이다. 전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릴 수 있는 약속의 땅인 셈이다.

전 세계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 그러나 송도국제도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레드 테이프(red tape·불필요한 행정 규제)’가 걱정거리고 투자자의 손에 쥐여줄 ‘당근’도 마땅치 않다. 홍콩·싱가포르·푸둥(상하이)에 비하면 ‘20년 후발주자’인 데다 투자 인센티브, 세제 혜택, 국가 리스크 등에서 ‘모두 밀린다’는 얘기다. <도표 참조> 투자 유치 실적을 보자. 3월 말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은 25건, 288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법적 효력이 없는 투자양해각서(MOU) 10건(128억 달러)을 빼면 160억 달러다. 그마저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공사(국제업무도시)·아멕(인천대교) 등이 투자한 인프라 건설을 빼면 실제 투자는 3억5000만 달러 남짓이다. 최근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가 본사의 일부 기능을 옮기기로 결정해 관심을 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대 미흡’이다. 주무 부서인 재정경제부에서도 “당초에 기대했던 만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한다.

무엇이 경제자유구역 발목 잡고 있나

■ 말로만 하는 ‘원스톱 서비스’ 경쟁 도시는 ‘원맨 서비스’한다는데? “최고 30개 법률에 따라 65개 사항 관계 부처와 협의해야” 서류작업만 6개월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는데? “NSIC가 국제업무단지 개발 계획 승인받는데만 3년8개월” ■ 중앙정부 지원은 ‘미지근’ 정부에서 화끈하게 투자 지원해줄 수 있나? “NO! 도로 건설만 50% 지원, 공원·상하수도·통신망 지원은 제로” ■ 한국 기업은 ‘역차별’ 외국 기업 입주 제의하면 “한국 회사는 누가 들어왔느냐?” “한국 기업 입주하면 등록·취득세 3배, 법인세는 5년간 5배” ■ 투자자에게 제시할‘당근’모자라 서비스·첨단기술산업 투자해도 세제 혜택 주나? “NO! 세제 혜택받는 투자 업종 제조·물류·관광호텔업으로 한정” 공장 지으면 세금 감면해 준다는데? “NO! 송도에 신규 공장 지으려면 ‘수도권 공장총량제’ 규제 넘어야”

오히려 ‘실패 사례’만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기능 이전을 검토했던 A사. 이 회사는 최근 송도에 아태본부를 설치하겠다던 투자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 회사 관계자의 얘기다. “미국 본사의 최대 관심사는 법인세 혜택이었다. 알아보니 송도(경제자유구역 전체)에서는 관광·물류·제조업에만 초기 3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을 준다. 우리 같은 정보기술(IT) 회사엔 어떤 인센티브도 없는 것이다. 그나마 게일 측에서 토지를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제안이 왔지만 본사에서는 ‘그런 것은 관심사가 아니다’며 거절했다.” 2003년 제정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내에 공장을 설치하면 법인세·관세·지방세를 감면한다고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제조·물류·관광호텔 업종에 한정된다. 초기 3년간 법인세 100% 면제, 추가 2년간 50% 감면 혜택이다. 그러나 본사와 공장을 제외한 사무소·지역본부 등에 대해서는 어떤 혜택도 없다. ‘50년간 법인세 감면’(두바이 제벨알리특구) 같은 파격적인 조건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송도 투자에 회의적인 곳은 A사뿐만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휴렛팩커드·KT 등 내로라하는 6개 IT 회사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1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은 ‘4년째 검토 중’이다. 세계적인 국제학교를 유치하겠다는 발상도 과실 송금, 내국인 학생 비율 문제 때문에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NSIC가 1300억원이라는 ‘생돈’을 들여 학교를 짓고 있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활개를 쳐야 할 외국 기업은 이제나 저제나 ‘눈치를 보는 중’이다. 한국 투자에 관심 있는 B사 관계자의 말이다. “사실 송도는 ‘사막 같은 곳에 말뚝 박아놓고 외국인 모신다’고 손짓하는 곳이다. 아직은 (돈을 쏟아붓는 것에 대해)확신하지 못한다. 이럴 때 잘나가는 한국 기업이 한두 곳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LG 같은 회사가 들어온다면 (투자를)망설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국내 기업이 ‘미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의 잘나가는 기업이 한두 곳 진(陣)을 치고 있으면 외국인 투자자들도 송도를 ‘다르게 볼 것’이라는 충고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2005년 1월 5, 7공구에 100여 만 평을 사들여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했던 일은 ‘없었던 일’이 됐다. 수도권 정비 규제 때문에 공장을 짓지도 못하는 데다 부담해야 할 세금도 엄청났기 때문이다. ‘태생이 수도권’인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수도권 정비법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공장 총량제에 묶여 있어 투자 자체가 까다로운 데다 3~5배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사막 위에 말뚝 박은 곳? 원스톱 서비스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경제자유구역청이 설치돼 있지만 원스톱 서비스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이 “투자 민원이 있다면 시장한테 직접 찾아오라”고 할 정도다. 사정은 이렇다. 먼저 산업단지 유치 신청은 산업자원부 소관이다. 그 다음에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인천광역시, 혹은 연수구가 담당한다. 조세 혜택을 받으려면 다시 과천(재정경제부)에 가야 한다. 외자 유치 전담 조직도 산자부, 재경부, 경제자유구역청, KOTRA 산하 인베스트 코리아, 각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분산돼 있다. 서류 작업을 마무리하고 최종적으로 법인 설립을 할 때는 지방 국세청에 가야 한다. 그나마도 담당자가 자주 교체돼 했던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한다. 이러는 사이 경쟁 도시는 훨씬 앞서간다. 상하이 푸둥(浦東)은 한 사람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투자 관련 업무를 일괄 처리하는 ‘원맨(One Man)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 지원도 화끈하다. 빌딩 숲으로 유명한 상하이 핵심 지역인 루자쭈이(陸家嘴). 이곳에 지어진 고층 빌딩 가운데 절반은 중국 정부기관들에 의해 건설됐다.

88층 높이로 중국 최고 빌딩인 ‘진마오빌딩(金茂大厦)’도 사실은 20여 개 정부기관이 투자했다. 일단 형광등만 밝힐지언정 이곳이 ‘약속된 땅’이라는 것을 국가가 나서서 선전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외국 기업 투자유치를 관장하는 경제개발청(EDB)은 외국 기업을 ‘유혹’하는 방법에서 가히 세계적이다. 투자 희망 기업에 “처음 3년간은 소득세를 감면해주고 나중 2년은 50% 감면해 준다”는 식의 획일적인 접근이 아니다. EDB는 ‘비공개’ 인센티브 제공으로 유명하다. 가령 골프 좋아하는 미국 회사가 유치 대상이라면 골프장 이용권을 ‘특별 선물’로 얹어준다. ‘선도자 인센티브’(파이어니어 스테이터스 어워드)라는 제도도 있다. 자국 안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 생산을 위한 신기술만 도입해도 5~10년 동안 법인세율을 26% 감면해 주는 식이다. 그것도 경쟁 도시와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면 경합 과정에서 ‘역전 카드’로 적절히 활용한다. 공무원 신분으로 이렇게 유연한 협상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투자 인센티브는 너무 ‘투명하다’. 그래서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맞춤형 인센티브가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센티브 내용들을 수요자 입장에서 개선해야 한다. 투자 규모나 업종에 따라 기본적인 인센티브는 어디든지 있다. 이렇게 오픈된 것 말고 ‘감춰진 것’을 전략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도 모델과 가장 가까운 것이 94년부터 본격 개발되고 있는 중국 쑤저우(蘇州)공업원구다. 쑤저우는 불과 13년 만에 210억 달러의 외국 자본을 불러들였다. 여기에 투자한 외국 기업만 2000여 개에 이른다. <32쪽 기사 참조> 도시 개발의 책임을 우이(吳儀) 중국 부총리와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맡으면서 강력한 리더십이 생겼고, 이 ‘빽’을 믿고 엄청난 권한 위임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가적 차원 투자 전제돼야 그러면 해답은 나왔다. “경제특구 개발은 거대한 프로젝트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성공시키려면 중앙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가급적 선도 참여기관에 대한 우대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특별대우’를 해줘서라도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 옥동성 인하대 교수는 “송도국제도시가 성공하려면 국가적 차원의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리더십을 발휘해 한곳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망설일 여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어떤 곳?

첨단 유비쿼터스 도시에 꿈 흐른다

▶국제컨벤션센터 공사 현장. 기둥이 없는 첨단공법으로 조성된다.

‘꿈에는 한계가 없다. 마음대로 꿈꾸어라(Dreams have no limits. Go Further).’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을 나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슬로건이다. 말 그대로 두바이는 꿈을 먹고사는 도시다. 상상 속의 세계를 현실로 둔갑시켰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황량한 사막이던 이곳은 지금 중동과 아프리카의 관광·금융·물류의 허브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에서도 불가능을 현실로 바꿀 초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바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이다. ‘경제자유구역’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제특별구역’을 일컫는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덩샤오핑이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하면서 1979년 후반 광둥성의 선전·주하이·산터우, 푸젠성의 샤먼 등 4개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중국이 개방·개혁을 통한 경제 발전의 전진기지로 경제특구를 설립했다면 홍콩과 싱가포르는 지정학적 위치의 강점을 활용해 비즈니스 허브 전략을 펼쳐 크게 성공한 케이스. 선진국에서 경제특구가 설립된 것은 70~80년대 들어서다. 전통적으로 국가 경제 기여도가 높았던 철강·조선·섬유·농업 부문이 위축되자 자국 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대개는 각 국가가 가진 특화 산업 혹은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하는 방향을 전략으로 잡았다. 영국은 하이테크 산업과 연구개발, 아일랜드는 소프트웨어 산업, 네덜란드는 물류센터 유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12월 30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고, 이듬해 8월 인천, 부산·진해, 광양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중에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이다.

▶1 4월 28일 있었던 잭 니클로스 골프클럽 착공식. 2009년 완공되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골프 클럽이다. 2 65층 높이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 2010년 완공 예정으로 최근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모건스탠리가 3500억원을 투자했다. 3 송도국제학교.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밀튼 아카데미가 운영할 예정이다. 4 내년 완공 예정인 컨벤션센터. 1500억원을 들여 4만3000평 규모로 짓는 최신식 전시 공간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물류·관광을 중심으로 개발되는 영종지구와 주거·스포츠·레저 위주의 청라지구, 그리고 비즈니스·주거·쇼핑이 복합된 송도국제도시 지구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다(그림 참조). 전체 6333만 평, 인천광역시 전체 면적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중에서도 162만 평의 크기로 조성되는 송도국제도시 단지가 ‘알짜배기 프로젝트’다. 미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게일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이 공동 투자한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가 이 세계적인 도시 건설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송도 매립지 위에, 그러니까 백지 같은 땅 위에 새로운 도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2014년까지 127억 달러를 투자해 주택 2만여 가구와 컨벤션센터, 국제학교와 병원, 트레이드타워 등을 조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투입되는 돈이 250억 달러(약 24조원)에 이른다.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의 존 하인즈 사장은 “송도국제도시의 지향은 ‘동북아의 홍콩’”이라며 “앞선 정보기술(IT)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유비쿼터스 도시를 조성해 적극적으로 외국 자본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의 장밋빛 꿈이 가능한 이유는 지정학적 매력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이환균 청장은 “비행시간 3시간30분 내에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가 51개나 있다. 이 인구가 20억 명이나 된다”며 “여기에다 수도권 2000만 명의 ‘배후 시장’을 두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천은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환경을 가진 도시”라고 말했다. 실제로 송도국제도시는 2009년 완공 예정인 인천대교(12㎞)를 따라가면 인천국제공항에서 15분이면 진입할 수 있다. 비행기로 베이징에서 120분, 상하이에서 110분이면 도착한다. 무엇보다 상하이 등 경쟁 도시에 비해 ‘쾌적한 삶의 질’로 승부하는 것도 송도국제도시의 차별화 포인트다. 바다를 메운 매립지, 즉 아무것도 없는 ‘백지 위에 그려지는’ 도시라서 가능한 일이다. 물 흐르듯 IT 인프라가 흐르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현하는 것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정주 여건이 부러움을 받는다. 이르면 내년 가을께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밀튼 아카데미가 운영하는 국제학교가 문을 열고 국제병원이 2011년 개원한다. 볼거리,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송도 중앙공원에서 서해 바다로 이어지도록 ‘해상 택시’를 띄우고 그 사이엔 잭 니클로스가 설계한 환상의 골프장이 펼쳐지도록 했다. 동북아시아의 ‘비즈니스 유토피아’라는 슬로건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완성되는 2020년께면 생산 유발액 53조4000억원, 부가가치 창출액 22조4000억원, 신규 고용 창출은 약 13만 명이 될 것”이라며 인천경제자유구역이 한국 경제의 중심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 성공 10大 해결책■ 두바이의 ‘4무(無) 정책’ 배워라 두바이에선 외국인이 투자할 경우 세금이 ‘0원’이다. 현지에서 올린 수익 또한 본국으로 무제한 송금이 가능하다. 법인세·소득세·외환 통제·무역장벽 없는 나라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만들자 2002년 최초 법률 제정 당시 경제자유구역법이 일반법으로 만들어졌다.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다 보니 개발 일정이 늦춰지거나 무산되기도. 특별법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 ■ 대선 후보가 직접 약속하라 대선 후보가 문건으로 경제자유지역에 ‘자유’ 줄 것을 약속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어떤 투자 인센티브 줄 것인지 공약을 통해 명확히 밝혀라. ■ 경제청을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청와대 직속으로 경제자유구역 지원단 만들고 장관급 비서관을 단장으로 임명해야 한다. 싱가포르 EDB, 아일랜드 IDA, 말레이시아 MIDA 등과 같은 투자 유치 ‘전담’기구 만들자. ■ 삼성·LG가 먼저 들어가게 하라 외국 기업 유치하기 위해선 국내 대표적인 기업이 들어가서 ‘성공 사례’ 보여줘야 한다. 수도권정비법 규제 과감히 풀어서 국내 대기업들 끌어들여야 한다. ■ 한국 땅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경제자유구역은 말 그대로 경제 ‘자유’구역 돼야 한다. 자유가 보장 안 되면 투자자들에게 절대 매력적일 수 없다. 아예 ‘다른 나라’로 생각하자. ■ 외국인 경제자유청장 영입하라 외국인 자유구역청장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개방이 보장된다는 의미이기 때문. 싱가포르·두바이도 외국인 인사 영입으로 성공했다. ■ 교통 표지판도, 간판도 영어로 외국인이 생활하는 데 가장 불편한 점은 언어 문제.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행정 민원은 물론 상점 간판, 교통 표지판부터 영어로 바꿔라. ■ 균형 정책보다 인천에 올인하자 현재 부산·광양 등에 분산된 경제자유구역을 인천에만 집중하자. 부산·광양의 항만 기능은 지원 늘려도 물동량에 큰 변화 없다. 차라리 그 돈을 인천자유구역에 몰아주자. ■ 대한민국 ‘생존 프로젝트’로 인식하자 경제자유구역은 경제 활성화 수단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필수 전략. ‘누가(Who)’보다는 ‘무엇을(What)’ ‘어떻게(How)’ 할 것인가에 초점 맞춰라. 도움말 : 김민배 인하대 교수, 민희경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 신승철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안형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북아경제협력센터 소장, 옥동성 인하대 교수, 이환균 경제자유구역청장, 최막중 서울대 교수, 최운열 서강대 교수,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 홍석진 인천대 교수 <가나다 순>

이상재,최남영 이코노미스트 기자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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