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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꿈나무] 아이를 건강하게 '정신 단련'하는 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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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철학의 진리나무
안광복 지음, 궁리, 276쪽, 1만원, 중학생 이상

'직업 철학자'를 꿈꾸던 현직교사가 펴낸 철학서다. '일하기 위해 놀까, 놀기 위해 일할까' '국가는 해결사일까' '영어는 상업적 권력언어?' 크고 작은 화두를 툭툭 던져놓고 참고서적까지 적어둔 모양은 논술 실용서지만, 남기는 메시지는 그보다 크다. 임상실험 결과다.

"자살을 생각하는 아이에게 키에르케고르를, 부모님과 갈등하는 아이에게 논어를, 경쟁에 지친 아이에게 장자를 풀어주니 스스로 고민의 턱을 넘었다."

인문학의 위기가 현실이 된 1995년.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다 철학 대신 교단을 택한 작가는 "삶에 철학만한 치료제가 없더라"고 했다. 임상실험 결과에 힘을 얻은 작가는 다시 철학을 붙든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책장은 휙휙 넘어간다. 1부 첫 말은 '철학 하는 몸을 만들자'다. '쓸데없이 중요한 질문들'을 치열하게 붙들라고 했다. "행복하고 싶다면 '나'를 튼튼하게 가꿔야 한다" 연초 줄 이은 연예인들의 자살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정신에 단단한 근육을 만드는 '멘털 짐내스틱(정신단련.mental gymnastic)'을 권했다. 운동법도 일러뒀다. 틈틈이 사유할 짬을 만들고, '매운 양념' 활자를 꾸준히 접해야 한다. 화두를 잡되 따끈따끈한 주제를 택하고, 현상보다 원인을 보자. 묵히고 재운 생각을 글로 쓰면 그 다음엔 진짜 내 것이 된다. 몸 만든 다음엔 '사유의 바다'에서 본격적인 수영이다. 청년 실업과 인터넷 중독. 매춘과 폭력. 가정 해체와 환경 등 우리 시대의 화두를 하나씩 꺼내놨다. 소크라테스.호메로스부터 러스웰.제레미 리프킨까지 시간과 영역을 넘나드는 배경지식도 탄탄하다.

"목적 없이 그저 먹고살기 위해 움직이는 동물은 사냥할 땐 '온(on)', 배부르면 '오프(off)' 상태인 자동기계와 같다" '동물 수준의 삶'을 환기한 데카르트 인용구가 가슴을 친다. '고민 생략 일단 전진', 그래서 우리 행복했던가.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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