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신 바탕 우리힘 키우는 길 뿐|「신 대동아」꿈꾸는 일본…우리의 대응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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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은 주변 아시아 제국의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침내 지난6월15일 「군사대국 일본」의 부활을 세계만방에 공표하는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의 깃발을 높이 올렸다. 이제 우리는 이 시점에서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다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책을 냉철하게 강구해 나가야만 한다.
우선 우리는 일본군사력의 실체를 명확히 알아야 하겠다. 일본은 지난 수년간 전세계적인 탈냉전과 군축 무드에 역행하여 오히려 군비를 증강해온 몇 안되는 국가중 하나다. 지난해 일본의 방위비는 우리의 한해 예산과 거의 맞먹는 25조5천여억원이었다. 또한 일본은 91년부터 95년까지 5년동안 이른바 「신중기 방위력정비 계획」에 의해 총33조7천5백억엔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는 매년 전년대비 5∼7%의 방위비 증액을 의미한다. 일본은 지난86년 방위비의 GNP대비 1%선을 돌파한 이래 그 막대한 경제력으로 인해 이처럼 GNP의 1%남짓한 방위비만으로도 미국과 소련에 이어 세계3위의 군사비 지출국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곧 구소련을 추월, 세계2위의 군비 지출국으로 부상될 전망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멀지 않은 장래에 세계 제2의 군사력을 보유, 운용하게 될 주체로서의 일본 민족주의의 본질과 일본인의 국민적 기질에 대해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일본의 PKO협력 법안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이 현대일본 민족주의 전개의 상징적인 최핵심 사안이라는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동 법안이 현 일본의 평화헌법에 위배되느냐, 안 되느냐, 또는 규정이 모호하다, 아니다 등과 같은 논쟁은 결코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지엽말단일 뿐인 것이다. 역설적으로 일본 국민이 헌법 그 자체를 아예 개정해버릴 경우 그 시점에서 PKO법안의 위헌여부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한 허공의 메아리로 전락될 뿐인 것이다.
다음은 일본국민 특유의 기질에 관한 문제다. 일본인은 1945년 패전으로 군별이 타율적으로 해체되기 직전까지 오랫동안 전형적인 군벌지배의 역사를 경험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민족 특유의 무의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 역기능으로서 일본인이 힘이 모자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당하되 그후 와신상담의 세월을 거쳐 힘을 비축한 후에는 당한 만큼 철저하게 보복하고야 마는 성격을 갖게 되었음도 잊지 않아야겠다.
무엇보다도 현재 일본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문제를 빌미로 제2차대전 당시 미국으로부터 당한 원폭피해의 빚을 갚기 위한 핵무기 제조를 은밀치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여진다. 이와 관련, 많은 사람들은 일본인이 핵에 대해서 알레르기를 갖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이 취급이 용이하고 경제적으로도 저렴한 우라늄 연료 대신 굳이 폭발 위험성이 크고, 폭발할 경우 인류에 재앙을 몰고 올지도 모를 플루토늄을 선호하고 있는 사실은 저들이 핵에 대해 얼마나 큰 집념을 갖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 오늘의 우리는 장래의 「군사대국 일본」에 대해서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가. 두 말할 필요 없이 힘을 갖춰야 한다. 이번에 일본이 PKO법안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과 우리 한국과 북한·중국및 동남아 제국이 이를 저지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심지어 미국이 이를 환영했던 것도 그 이면엔 경제력으로 표현되는 국가적 힘의 역학관계가 작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민족 역시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홍익인간이니, 제세이화니 하여 배타적이고 국수주의적 색채가 짙은 이스라엘이나 일본의 민족정신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스케일이 크며 전 인류의 공존공영과 국제평화를 지향하는 훌륭한 민족정신을 갖고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의 중점을 이같은 훌륭한 민족정신의 재발견과 계발에 둠으로써 건전하고 합리적이며 실질을 추구하되, 결코 물질만능주의로 빠지지 않는 시민정신을 육성하는가 두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우리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있는 신명과 신바람의 모닥불을 지펴 미래지향적이고 근면 검소하며 소박하고 강인한 민족정신의 재발휘를 통해 우리스스로의 힘으로 부국강병하는 것만이 PKO협력법안 제정을 계기로 기정 사실화된 군사대국일본에 대비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대응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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