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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기자의약선] 알로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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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에(aloe)는 홍삼에 이어 국내에서 둘째로 많이 팔리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중국에선 노회라고 한다. 알로에의 끝 두 글자만 따서 그렇게 부른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언급돼 있다. "노회는 성질이 차고 맛이 쓰며 독성이 없다. 허약한 어린이에게 이롭다…."

가장 널리 알려진 효능은 상처 치유효과. 알렉산더 대왕 시대부터 칼.활.창에 베이거나 찍힌 상처에 알로에를 썼다. 미국 인디언은 알로에 즙을 외상 치료에 사용했다. 요즘엔 알로에 잎을 원료로 해서 만든 연고.가루약.물약을 주로 쓴다. 그러나 바른 뒤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거나 깊은 상처엔 쓰지 않는 게 원칙이다.

고려대 생명과학부 박영인 교수는 "위궤양.십이지장궤양 환자가 알로에를 복용하면 속쓰림.더부룩함.구토감이 줄어드는 등 증상이 가벼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요법에서 위.십이지장궤양 환자에게 알로에 잎을 잘 갈아 마시거나 즙(처음엔 하루 1작은술, 적응되면 1큰술→2큰술까지, 설탕.꿀을 넣어 마시면 먹기가 수월하다)을 마시라고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일부 학자는 알로에를 바르거나 복용하면 아토피성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다. 변비 예방.치료에도 이로울 가능성이 있다. 알로에에 든 생리활성물질인 알로인이 위장관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가벼운 설사를 유발해서다. 알로에+요구르트(변비 예방.정장 효과)의 조합은 이래서 나왔다. 암환자가 시스플라틴(항암제) 복용 시 알로에를 함께 섭취하는 것은 남는 장사다. 시스플라틴의 최대 약점은 신부전 등 부작용. 알로에의 알로에신이란 성분이 신장이 망가지는 것을 막아준다. 피부 보습과 미백 효과도 기대된다. 햇볕에 그을려 따갑고 열이 나는 피부에 속살을 엷게 저민 알로에를 얹어놓으면 피부가 시원하고 촉촉해진다. 그러나 바른 뒤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가 나타나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알로에의 다당체 성분은 질병에 대한 면역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알로에 잎은 '물 95%+고용 성분 5%'로 구성된다. 잎을 자르면 노란색 즙이 나온다. 이 즙이 바로 핵심 건강성분. 알로에 가루는 이 즙을 농축.건조한 것이다.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노란색 즙을 과다 섭취하면 속이 거북해지고 복통.설사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로에를 구입하기 전에 알아둬야 할 점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맛이 별로 없다. 알로에는 아라비아어로 '맛이 쓰다'는 뜻이다.

둘째, 평소 소화기가 약한 사람과 임신부에겐 권장하지 않는다. 알로에는 차고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성질이 강해서다.

셋째, 위산이 많은 사람이 복용하면 속 쓰림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알로인 성분이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넷째, 한방에선 몸이 찬 사람에겐 알로에를 권장하지 않는다. 설사를 자주 하거나 생리 중이거나 손발이 찬 사람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고 본다.

'알로에=알로에 베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알로에 베라'(베라는 진실이란 뜻)는 300여 종에 달하는 알로에 중 하나일 뿐이다. 국내에선 주로 알로에 베라가 유통된다. 반면 일본에선 알로에 사포나리아의 인기가 높다. 사포나리아는 인삼에 풍부한 사포닌을 의미한다. 이것은 알로에 특유의 쓴맛이 거의 없어 주스용으로 널리 쓰인다. '알로에 아보레센스'도 일본에서 많이 팔린다. 이것은 잎이 얇아서 대개 껍질째 먹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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