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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년생 노송들이 죽어간다/수원 지방기념물 송림지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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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무분별한 도로포장탓 뿌리 못뻗어/매연 극심… 백40그루중 절반만 남아
경기도 수원의 최대 자랑거리이자 지방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수원시 송죽·파장동 「지지대고개」 노송들이 전멸 위기다.
이같이 노송들과 수난을 겪고있는 것은 날로 심각해지는 차량공해·토양오염 때문. 또 노송지대 주변도로의 무분별한 포장·인도설치 등으로 나무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다 각종 병충해를 방치하는 등 관리도 허술해 한그루 한그루씩 말라죽어가고 있다.
구경수국도변 5㎞ 구간에 자리잡은 노송지대는 73년 경기도 지방기념물로 지정될 당시만해도 2백여년생 노송 1백40그루·잡목 등이 어우러져 울창한 숲을 이루었으나 현재는 노송 67그루만이 살아있다.
수원시가 노송의 고사원인 조사를 의뢰한 한국나무종합병원에 따르면고사한 나무들 중에는 강산성을 띤 토양,뿌리의 노쇠 등으로 고사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도로포장 공사·보도블록 설치공사로 제대로 뿌리를 뻗지 못하는데다 차량증가에 따른 진동,매연·공해에 시달리다 말라죽었다는 것이다.
한국나무종합병원측은 소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옆으로 뻗는 잔뿌리가 많기 때문에 나무 주변에서 두터운 아스팔트층 등이 있을 경우 뿌리 발육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영양공급도 차단된다고 지적하고 현재 남아 있는 67그루의 노송중 47그루도 보호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뿌리발육부진·영양부족 등으로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나무종합병원측은 올해는 현재 살아있는 노송 보호를 위해선 2억9백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차량 진동방지시설·복토제거 등 13개 항목의 노송구제방안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서를 수원시에 보냈으나 예산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약제 살포 등 간단한 응급처치만 되풀이하고 있을뿐 근본적 대책은 외면하고 있다.
향토사학가들에 따르면 이곳에 소나무숲이 조성된 것은 조선 정조때.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속에 넣어 죽인 영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정조는 매년 수차례식 수원을 거쳐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융릉)를 참배했다.
정조는 노송지대 고갯길을 오르면 아버지의 능이 보였기 때문에 오갈 때마다 한차례씩 고개마루에서 여장을 풀었고,어느날 융릉을 관리하는 식목관에게 1천냥을 내려 소나무 5백그루·수양버들 40그루를 심도록 했다고 한다.
송죽동 토박이 정윤채씨(68·사업)는 『2백여년간 수원시를 지켜오는 수원의 상징물인 노송이 하나 둘씩 사라질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노송지대는 역사의 향기가 서려있는 곳인 만큼 영구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관리 및 보호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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