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궁지 몰린 『야쿠자』/일 정부,대책법 제정 전쟁선포(해외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정폭력단」 지목해 자금원 봉쇄/조직선 수십억엔 들여 “위헌 소송”
일본 야쿠자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섰다. 일본 정부가 폭력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단속에 나서는 한편,폭력단대책법을 만들어 자금원봉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야쿠자들은 행정소송 등 법정투쟁과 함께 조직의 주식회사로의 전환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3월1일 발효된 폭력단대책법은 폭력단의 조직원이 집단적 또는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을 경우 이를 「지정폭력단」으로 지정,특별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경찰은 23일 이에 따라 야마구치구미(산구조) 등 3개 야쿠자조직을 지정폭력단으로 지정,관보에 게재했다.
폭력단대책법은 폭력조직이 ▲폭력단의 위력을 이용해 자금을 모으거나 ▲조직간부의 일정비율이상이 전과자일 경우 지적폭력단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단 지정폭력단이 되면 입막음료·기부 및 찬조금·하청 및 납품·인사료·경호비·채권징수·채무면제 및 유예·부당한 융자·땅값 올리기·사고해결·트집 등 11개 행위가 금지된다. 이같은 행위들은 야쿠자들이 조직을 움직이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주요한 자금원들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지난 4월10일 야마구치구미,이나가와가이(도천회),스미요시가이(주길회)를 지정폭력단으로 지정,청문회 등 수속을 밟은뒤 23일 지정폭력단으로 확정한 것이다. 그동안 이들은 변호사를 고용,자문을 받아가며 폭력단대책법이 위헌이라고 저항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인이 폭력단대책법에서 금지한 행동을 하면 괜찮고 폭력조직이 하면 위법이 된다는 것은 법앞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미 청문회를 마친 구도랜고쿠사노잇카(공등연합초야일가),산다이메교쿠류가이(삼대목욱류회),오키나와교쿠류가이(중승욱류회) 등도 지정폭력단으로 지정했다.
이밖에 아이즈고테츠(회진소철),마쓰바가이(송엽회),교쿠도가이(극동회),사카우메구미(서해조),히가시구미(동조),아사노구미(천야조),교도가이(협도회) 등 21개 지방폭력조직들도 조사 또는 청문회를 마치고 곧 폭력단으로 지정키로 했다.
조직원 2만3천명에 1천7백개단체로 구성된 야마구치구미는 4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활동하는 일본 최대의 폭력조직. 77년전인 1915년 조직된 이 단체는 고베(신호)항의 하역업무와 예능활동 등으로 세력을 크게 늘려 엄청난 자금과 조직을 가진 폭력단으로 컸다. 지정폭력단 1호가 된 야마구치구미는 법정투쟁을 위해 20억엔이나 되는 자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대리인 의뢰를 받은 엔도 마코토(원등성)변호사는 ▲경찰에 폭력으로 대항하지 않는다 ▲일반시민에 불편을 주거나 공포감을 안겨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야마구치구미는 빠르면 이달중 국가공안위원회에 폭력단지정 불복심사청구를 한뒤 지정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엔도변호사는 『폭력단대책법 위반죄로 조직원이 기소되면 무죄를 주장하고,사무소 사용제한 등 행정처분이 내려질 경우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나가와가이도 청문회에서 『우리는 폭력단이 아니고 의협단체』라며 투쟁할 것임을 밝혔다.
이들 야쿠자조직들은 폭력단대책법이 나온 이후 하부조직들이 동요,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들은 당분간 주차위반이나 집회를 갖지 않도록 하는 한편 술집 등에서 세금도 거두지않는 등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 또 변호사들로부터 폭력단 대책법에 관해 강의를 듣고 법률을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경찰이 이처럼 폭력단을 근절하겠다고 나섰지만 시민과 기업의 자발적 협조가 없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야쿠자의 역사는 옛날 막부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막부가 이들의 도박을 묵인해주고 이들을 이용하면서 생겼다. 또 60년 소위 안보투쟁때는 자민당이 우익과 야쿠자를 이용한 전례가 있다. 정권의 비호속에 커온 야쿠자가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