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를 일에 알릴 좋은 기회”|「가야문화대전」 관련기사에 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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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앙일보 24일자 (일부 지역 25일자) 사회면에 실린 「가야문화대전, 일서 역이용 우려 높다」란 제하의 기사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고고 부장 이건무씨가 반론을 제기,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해 왔다. 【편집자 주】
「가야문화대전」은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돼 국민들의 큰 호응을 얻은바 있다. 이번 일본 전시는 국내전시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 일본 고대국가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가야의 문물을 일본인 자신의 눈으로 직접 살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전시회의 이름도 「가야문화 전」으로 붙여 주어 가야라는 정식명칭에 대해서는 거의 알고 있지 못한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다.
기사내용에 몇 가지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첫째, 이번 전시가 「임나일본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 내용은, 임나일본부설이 이미 일본에서 그 빛을 잃은 지 오래된 것을 모르고 거론하는 기하다.
1970년대 이후 일본학계의 사고방식은 변했으며, 일본이라는 국호가 7세기 후반부터 사용되었기 때문에 4, 5세기 대에 일본 부라는 관청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고 일본학자스스로가 이야기하고 있고, 이번 일본 전시 도록에도 일본학자(동경대 무전교수) 스스로 임나일본부는 없었다고 쓰고 있지 않은가.
둘째, 정식으로 발굴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유물이 전시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유물은 이미 국내에서「가야 특별 전」을 거쳐 모두 공개된 유물들이다.
셋째, 김해시 대성동에서 출토된 일본과 관련된 유물이 일본의 국수주의적 주장에 역이용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문화란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경우는 없다. 가야문화가 왜에 영향을 주는 과정에서 왜계 유물 일부가 유입될 수 있는 것이며, 가야 계 유물이 일본에 간 것에 비해 그 수량이 극히 적어 거론할 가치가 없다. 이러한 유물들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 가야 전 도록에서 왜가 가야의 철을 입수하기 위해 김관국의 지배층에게 갖다 바친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
넷째, 충남대 소장의 대왕명유개장경호가 국내학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토기는 대가야계 토기로 그 동안 충남대 박물관에서 전시를 통해 이미 공개되었던 유물이다.
대가야가 늦어도 6세기 초께에는 고구려·백제·신라와 마찬가지로 당당히 대국의 지배자로서의 의미를 가진 대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증거가 되는 유물로 일본전시에 꼭 출품되어야할 유물이다. 유물이 국내에서 공개되어도 전문학자가 일본에 비해 적기 때문에 연구가 늦어지는 경우는 있으나 일본학자에게 먼저 유물을 공개하였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다섯째, 최근에는 외국유물의 국내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국보급유물도 포함돼 있다. 국립박물관 일본실에는 일본의 국보·보물 급인 중요문화재·중요미술품 6점도 포함돼 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고대문화에서만큼은 대일 콤플렉스가 없다고 믿고 있던 우리가 이 기사를 통해 문화면에서도 콤플렉스를 느끼게 된 것처럼 오도된 것에 대해 심히 가슴아프며, 이 보도로 인해 큰 사회적 물의가 일어날수 있는데 대해 유감의 뜻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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