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선감독이 말하는 올림픽 유망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비가 뿌렸다 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조화를 부리는 변덕스런 장마철 날씨처럼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예상 기상도도 흐림과 맑음으로 반전을 거듭, 애간장을 태운다.
5년 가까운 한솥밥살림으로 말이 필요 없는 단짝 정화 (현정화)-차옥 (홍차옥, 이상 한국화장품)의 스매싱과 드라이브 좌우연타 등 콤비플레이를 보노라면 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은 쉽게 따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올림픽 단식 티켓을 놓치는 등 큰 대회 때마다 뜻밖의 불운을 겪었던 차옥이 최근 92 일본 그랑프리 대회 여자복식 우승 후 자신감을 회복, 한층 백핸드공격이 날카로워져 안도감마저 주고 있다.
선수간의 호흡이 절대 중요시 되는 복식은 내조와 외조가 적당히 어우러져 화음을 연출해 내는 가정살림과 같아 누구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제 성적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펜홀드 송곳스매싱이 주무기인 정화가 외향적 성격으로 팀을 이끈다면 셰이크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차옥은 모나지 않은 둥근 성격으로 어떤 어려움도 감내하며 팀을 꾸려 가는 살림꾼에 비유할 수 있다.
감독입장에선 참을성이 강한 차옥에게 보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게 사실이다.
이들의 역할분담은 또 묘하게도 차옥이가 대 중국 전에 유독 강하다면 정화는 여타팀들과의 경기에서 선전하는 등 상호보완관계를 형성, 90년 제1회 세계 복식 컵 대회 우승으로 그 진가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녀군단으로 통하는 덩야핑-차오훙 (교홍), 가오쥔 (고군)-천쯔허 (진자하)등 중국 팀과 북한의 이분회-유순복 조, 그 외에 홍콩의 차이포와-찬탄루이 조 등을 생각하면 그렇게 낙관만 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특히 결승서 맞불게 될 공산이 큰 덩야핑-차오훙조는 현-홍조가 역대전적에서 3승 2패로 앞서고 있지만 세계 랭킹 1, 3위의 결합으로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맞수다.
중국 팀의 전략요체는 드라이브가 약한 정화에게 긴 볼을 내줘 짧은 스매싱을 사전에 차단한 뒤 리턴 되는 볼을 반 박자 빠르게 맞받아 치는 것이다.
해결책은 랠리를 오래 가져가는 것이다.
일단 랠리가 길어지면 혼자하는 단식에 익숙해있는 덩야핑과 차오훙이 서로 발이 뒤엉켜 자멸하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기흥훈련원의 새벽공기가 유난히 차다. 결전의 날이 하루하루 다가설수록 조여드는 불안감을 맹훈으로 떨치기 위해 야간훈련까지 자청했던 정화, 차옥이는 아직 곤한 잠을 자고있다. 이들에게 단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8월 3일, 금메달을 따냈다는 자랑스런 소식을 이들 고생하신 어머님들께 전하는 정화, 차옥이의 모습을 보고싶다. <이대섭 감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