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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 박 독자 출마? '4자 필승론'도 떠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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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가 9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렸다. 김형오 원내대표(右) 등 당 지도부가 경선 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연합뉴스]

'강재섭 중재안'은 한나라당을 짙은 안개 속으로 몰아넣었다.

두 달 넘게 끌어온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갈등을 정리해 주겠다는 강 대표의 의도는 빗나갔다. 대선 가도의 한나라당은 오히려 혼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 박 전 대표는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을 태세다. 중재안이 거부되면 경선 룰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경선 불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한나라당 원로와 보수 진영 인사들이 우려했던 분당(分黨) 상황이 그리 먼 얘기가 아닌 것이다. <본지 5월 9일자 1, 3면>

강 대표 중재안에 대한 두 주자 진영의 첫 반응은 모두 회의적이었다.

특히 박 전 대표 측 한선교 대변인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깼다"고 강 대표를 비난했다. 이 전 시장 캠프 회의에서도 "중재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수용으로 최종 결정했다. 박 전 대표가 최종적이고 공식적으로 중재안을 거부하게 되면 박 전 대표 세력을 중심으로 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 강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이 전 시장 측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강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움직임이 관심을 끌 전망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한나라당 안에서는 '이명박+강재섭'대 박근혜의 대립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력 주자 '빅2' 중 한 명이 경선의 공정한 관리자로서의 강 대표를 거부하는 모양새가 형성되면 8월 경선 자체가 불발될 수도 있다.

당내 일각에선 벌써부터 1987년 양김(김영삼.김대중)씨 분열 때 김대중씨 쪽에서 독자 출마를 위해 퍼뜨렸던 '4자 필승론'이 나오고 있다.

4자 필승론은 양김 후보 단일화가 불가능하다면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4자가 따로 출마해도 민주화 진영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이번에 한나라당 안에서 고개를 드는 4자 필승론은 경선을 하지 않고 각각 독자적으로 출마해도 범한나라당 진영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논리인 셈이다.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층은 충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양김 지지층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강렬한 권력 의지와 충성도 높은 세력, 광범위한 지지층을 갖고 있어 독자 출마에 대한 유혹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탈당이나 독자 출마는 상상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다만 경선의 불공정성이 계속 문제될 경우 경선 일정이 변경될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 관계자도 "민심과 당심에서 모두 앞서는 이 전 시장이 경선 일정에 변화를 추구할 이유가 있겠느냐"라고 선을 그었다.

남궁욱 기자

◆ 4자 필승론=양김 후보단일화 압력이 거셌던 198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 쪽에서 독자 출마를 위해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4자가 출마하면 민주 진영이 승리한다고 주장했던 논리.

◆ 전국위=일종의 '미니 전당대회'다. 전당대회(1만여 명) 10분의 1 규모인 1000여 명으로 이뤄진다. 당헌.당규 의결권을 갖는다. 전국위를 다시 10분의 1로 축소한 게 상임전국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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